이 한 편의 詩

혼자서 겪어내는 것도 배워야지 /최명희

뚜르(Tours) 2018. 11. 29. 01:07

 

 

 

혼자서 겪어내는 것도 배워야지

 

 

사람들은 말한다.

그 때 참았더라면

그 때 잘 했더라면

그 때 알았더라면

그 때 조심했더라면

훗날엔 지금이 바로 그 때가 되는데

지금은 아무렇게나 보내면서 자꾸 그 때만을 찾는다.

 

온 가족이 읽는 짧은 동화 긴 생각

 

새들은 털갈이를 하지.

솜털이 떨어져나가고 억센 털이 돋아나는 거야.

사람에게도 견디기 어려운

불운과 불행의 시간은 있는 법이야.

털갈이를 마다하는 사람도 있지.

그러나 털갈이를 겪고 나면

새로운 시작이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해.

모든 고통을 혼자서 겪어내는 것도 배워야지.

 

불행이 나만 따로 비켜가지 않는군 / 토마스 다비트중에서

 

애초에 세상살이 견디기 쉬운 것이었다면,

부처님은 무엇 하러 왕궁을 버리고

얼음 골짜기에서 뼈를 깍었으리.

오죽하면 인생은 고해라 하지 않던가.

 

사람마다 남 보기는 호강스러워도

저 혼자 앉어 있을 때의 근심 고초란 짐작도 못하는 법.

어떻게든지 그것을

이겨내고 버티면서 제 할 일을 해야 한다.

 

산다는 것은, 그저 타고난 본능만은 아니지.

그것은 일이다. 일이고말고.

 

살아도 그만 안 살아도 그만일 수는 없지.

뜻한 것이 이루어지고 재미있고 좋아서만 사는 것이랴.

고비고비 이렇게 산 넘고 물 건너며

제 할일을 하는 것이 곧 사는 것이다.

 

최명희/ 혼불 1´흔들리는 바람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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