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바람의 시 /이해인

뚜르(Tours) 2018. 11. 27. 07:33

 

 

바람의 시

 

                    이해인

 

 

바람이 부네

내 혼에

불을 놓으며 부네

 

영원을 약속하던

그대의 푸른 목소리도

바람으로 감겨오네

 

바다 안에 탄생한

내 이름을 부르며

내 목에 감기는 바람

 

이승의 빛과 어둠 사이를

오늘도

바람이 부네

 

당신을 몰랐다면

너무 막막해서

내가 떠났을 세상

 

이 마음에

적막한 불을 붙이며

바람이 부네

 

그대가 바람이어서

나도

바람이 되는 기쁨

 

꿈을 꾸네 바람으로

길을 가네 바람으로

 

시집나를 키우는 말(시인생각,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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