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첫눈 /문병란

뚜르(Tours) 2018. 12. 2. 15:43



 

 

첫눈

 

                                문병란  

 

 

첫눈이 내리는 밤이면

사내들은 모두 예수가 되고

첫눈이 내리는 밤이면

여자들은 모두 천사가 된다

 

여보게 우리도 이런 밤

소주 몇 잔 비우고 조금 취해

모닥불 가에 언 손 부비며

쓸쓸한 추억하나 만들어볼까

 

만원짜리 한 장에 꿈을 달래고

포실거리는 눈발에 맞춰

여보게 우리도 첫눈 밤 같은

사랑 하나 만들까

 

그립다

첫눈이 내리면 먼데 마을 하나 둘 등불 꺼지고

지금쯤 그리운 사람은

혼자서 외로이 잠이 드는데

창가에 기대어 먼데

여인의 발자국 소리 엿들어 볼까

 

이런 밤 우리도 고요히

손 모아 촛불 하나 지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