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못할 손님
어느 봄날에 아동복 가게에 허름한 옷차림을 한 아주머니가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여자아이를 데리고 들어왔다.
"우리 딸이에요. 예쁜 티셔츠 하나 주세요."
"네~ 늦둥이인가 봐요"
아주머니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셨다.
나는 아이에게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보라고 했다.
그러나 아이는 환하게 웃으면서
"아무거나 괜찮아요. 엄마가 골라주시면 다 좋아요"라고 했다.
투정 한마디 없는 대화에 사랑이 넘쳤다.
요즘 아이들 옷을 고르면서도 탐탁해하지 않고 까다롭게 구는데
참 착하다고 생각했다.
아주머니는 만 원짜리 티셔츠를 사가지고 나갔다.
그런데 얼마 뒤에 아이가 옷을 들고 와서
"저 죄송한데요, 돈으로 돌려주시면 안 될까요?"하는 것이었다.
나는 약간의 불쾌감을 드러내며
"왜 엄마가 사 주신걸 돈으로 바꾸니?
환불해 주었다가 엄마한테 혼나면 어떡해?
엄마 모시고 오면 돌려줄게."라고 했다.
그러자 아이가 말했다
"사실은 엄마가 시장 좌판에서 야채를 파는데 한 뭉치에 천원 받으세요.
하루 종일 팔아도 만원 못 버실 때도 있는데
너무 비싼 옷을 산것 같아서 도저히 못 입겠어요.
아까는 다른 손님이 있어서 차마 거절 할 수 없었어요.
저는 아직 옷이 많으니 빨아 입으면 돼요,
엄마한테 미안해서 못 입겠어요.
내년에 꼭 팔아 드릴게요."
순간 코끝이 찡해 오면서 불쾌해 했던 게 미안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그토록 큰 사랑을 가져온 아이가 예뻐서
“그래. 만원을 엄마 드리고 이 옷은 아줌마가 선물로 줄게.”라며
옷 봉지에 청바지를 더 넣어 극구 뿌리치는 아이 손에 쥐어 주었다.
그리고는
"공부 열심히 해서 휼륭한 사람이 되면 좋겠다."하며 등 떠밀어 보냈다.
착한 아이 때문일까 그날 가게에 오시는 손님이
모두 좋아 보여 서비스를 팍팍 주었다.
다음날 아주머니가 봉지 마다 나물을 가득 담아 와서는
"우리 아이가 뭘 사 주면 꼭 그런다오." 라며 미안하고 고맙다고 하셨다.
"착한 딸을 두어서 좋으시겠어요, 부러워요 "
그러자 아주머니는
"고생하면서 일한 보람이 있다오.
이 집도 복 받을 거요.
돈 많이 벌어요."하고 웃으며 나가셨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났다.
그 아이가 가게로 들어왔다.
"아줌마 저 예쁘죠?"
내가 선물 받은 옷을 입고 인사 하러 왔단다.
얼마 전 시장 근처가 개발이 되면서
아주머니는 다른 곳에서 장사 하신다.
때문에 그날 이후로는 아이를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틀림없이 착하고 예쁜 학생이 되었을 거라 믿는다.
- 윤석고
출처 : 카페 ‘무악 산내들 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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