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바람 타는 계절 /정기모
눈부시게 빛나는 초가을 아침
지긋이 어깨를 누르며 지나가는
이 살가움의 손길은 누구인가요
물음표를 앞세우고
잘 익은 사과향기 앞세우고
별들의 추억을 베어 무는 이 누구인가요
빈손으로 받아드는 손부끄러운 계절
보랏빛 구절초 한 아름
그대 창가에 내려놓으면
어느 산골 계집아이 걸음인 줄 알겠지요
이제 가을 타는 냄새 더 진해지면
또 어쩌지요
선잠 깬 얼굴로 서성이는데
지긋이 머무는 갈바람의 손길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