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tings(손님들에게)

트라우마(Trauma)

뚜르(Tours) 2023. 9. 11. 14:48

 

가로등의 여인  /임영준

 

내게 기대어 소리 죽여 흐느끼던 그녀

가끔은 옆에 퍼질러 앉아 빨간 립스틱 입술로

담배 한대 아주 맛있게 빨고 가던 그녀

사흘 건너 한 번씩 낯선 남자와 팔짱을 끼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지나던 그녀

어지간한 비는 우산도 쓰지 않고 젖어버리던 그녀

어느 날 맨발에 거의 반라의 몸으로

미친 듯이 어둠 속으로 달려가버린 그녀

 

 

저는 밤눈이 어둡습니다.

어릴적부터 밤에는 잘 보이지 않아 더듬거리며 걸었습니다.

군 생활할 때 계단에서 넘어져 다치기도 했지요.

그 뒤로 생긴 것이 어둠과 계단에 대한 트라우마(Trauma)입니다.

묘하게도 오른쪽 다리에 상처를 많이 입었습니다.

그래서 오른쪽 다리엔 흔적이 많습니다.

 

나이 들수록 더 조심해야 하겠죠.

오래전에 형성된 트라우마가 

어두운 밤길을 조심하도록 인도하는 좋은 친구가 되었습니다.

 

2023.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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