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의 여인 /임영준
내게 기대어 소리 죽여 흐느끼던 그녀
가끔은 옆에 퍼질러 앉아 빨간 립스틱 입술로
담배 한대 아주 맛있게 빨고 가던 그녀
사흘 건너 한 번씩 낯선 남자와 팔짱을 끼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지나던 그녀
어지간한 비는 우산도 쓰지 않고 젖어버리던 그녀
어느 날 맨발에 거의 반라의 몸으로
미친 듯이 어둠 속으로 달려가버린 그녀
저는 밤눈이 어둡습니다.
어릴적부터 밤에는 잘 보이지 않아 더듬거리며 걸었습니다.
군 생활할 때 계단에서 넘어져 다치기도 했지요.
그 뒤로 생긴 것이 어둠과 계단에 대한 트라우마(Trauma)입니다.
묘하게도 오른쪽 다리에 상처를 많이 입었습니다.
그래서 오른쪽 다리엔 흔적이 많습니다.
나이 들수록 더 조심해야 하겠죠.
오래전에 형성된 트라우마가
어두운 밤길을 조심하도록 인도하는 좋은 친구가 되었습니다.
2023. 9.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