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tings(손님들에게)

가로등

뚜르(Tours) 2023. 9. 10. 09:09

 

가로등  /반기룡

 

봄이 오면

봄비의 촉촉함으로 봄처녀처럼 감정이 무르익고

여름이 오면

모기와 날파리 떼에 못 이겨 징징 울다가

가을이 오면

연인들의 사랑의 순간을 환장하게 지켜보다가

겨울이 오면

하얀 눈의 축복 속에

마침표 물음표 느낌표 말줄임표 따옴표로

진종일 참선을 한다

 

 

어제 오후에

현충원 산책로를 걷고 있었습니다.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노인 부부가 보였습니다.

여성은 등산용 스틱을 짚으며 부자연스럽게 걷고

남성은 뒤에서 만일을 대비해서 바짝 붙어 걷고 있었습니다.

 

그분들을 지나쳐 걸으면서 보니

아뿔싸

제가 아는 분들이었습니다.

이 환자를 치유해 주시도록 지향을 두고 

매일 묵주기도를 바치는 중입니다.

 

인사하지 못하고 지나쳐 걸으면서

이분들을 위해 더 열심히 기도하려고 맘먹었습니다.

 

2023.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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