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흰 웃음소리 - 이상국

뚜르(Tours) 2023. 12. 28. 11:59

 

 

흰 웃음소리 - 이상국

내가 한 철

인제 북천

조용한 마을에 살며

한 사미승을 알고 지냈는데

어느해 누군가 슬피 울어도 환한 유월

그 사미는 뽕나무에 올라가 오디를 따고

동네 처자는 치마폭에다 그걸 받는 걸 보았다

그들이 주고받는 말은 바람이 다 집어먹고

흰 웃음소리만 하늘에서 떨어지는 걸

북천 물소리가 싣고 가다가

돌멩이처럼 뒤돌아보고는 했다

아무 하늘에서나 햇구름이 피던 그날은

살다가 헤어지기도 좋은 날이었는데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온몸이 환해진다

​격월간 『유심』 2011년 9~10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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