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폭설 /장인수

뚜르(Tours) 2023. 12. 30. 18:48

 

 

폭설  /장인수

 

 

하늘의 언어들이 쏟아진다

백 리 넘어 도시에 살고 있는 애인에게

핸드폰을 쳤다

핸드폰에서 파드닥 튀어나간 음파

여기는 들판 한가운데야

하늘의 언어들이 들판으로 쏟아져 들어와

무차별적이야

어떤 차별도 없이 쏟아져

하늘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일까

사랑한다는 말

무색하구나

저돌적으로 퍼붓는 하늘의 언어 앞에서

사랑한다는 우리의 속삭임은

무의미하다 들판을 다 덮어버리고

그칠 기미없이

쌓이고 또 퍼붓는 하늘의 적설량 앞에서

지상의 모든 언어들은 

무색하다

'이 한 편의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해에는 / 윤보영  (0) 2024.01.01
송년의 시 /이해인  (0) 2023.12.31
흰 웃음소리 - 이상국  (0) 2023.12.28
노년의 12월 /문장우  (0) 2023.12.27
나의 예수 / 신경림  (0) 2023.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