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장인수
하늘의 언어들이 쏟아진다
백 리 넘어 도시에 살고 있는 애인에게
핸드폰을 쳤다
핸드폰에서 파드닥 튀어나간 음파
여기는 들판 한가운데야
하늘의 언어들이 들판으로 쏟아져 들어와
무차별적이야
어떤 차별도 없이 쏟아져
하늘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일까
사랑한다는 말
무색하구나
저돌적으로 퍼붓는 하늘의 언어 앞에서
사랑한다는 우리의 속삭임은
무의미하다 들판을 다 덮어버리고
그칠 기미없이
쌓이고 또 퍼붓는 하늘의 적설량 앞에서
지상의 모든 언어들은
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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