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길을 끌었던 대만 총통 선거에서 민주진보당의 라이칭더(賴淸德) 후보가 40.05%를 얻어 33.49%를 얻은 중국국민당의 허우유이(侯友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습니다. 양당 체제에 도전장을 낸, 민중당 커원저(柯文哲) 후보는 26.46%를 획득해 선전했습니다.
이번 선거는 친미 성향의 민진당과 친중 국민당의 대리전이라는 성격이 부각됐는데, 친미 정당이 친중 정당보다 더 진보적 정당이라는 점이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대만 선거에선 두 명의 전직 의사와 전직 경찰이 맞붙었습니다. 라이칭더는 물리치료사를 거쳐 의사가 됐고 미국 하버드대 보건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제3의 바람’을 일으킨 커원저는 유명 외과의사였습니다. 허우유이는 우리나라의 경찰대에 해당하는 중앙경찰대학 출신으로 일선 경찰을 거쳐 중앙경찰대학 교장까지 지냈습니다.
특히 라이칭더는 두 살 때 광부였던 아버지가 탄광 폭발사고로 숨지고, 어머니 슬하에서 어렵게 공부해서 국립대학 의학원 재활학과를 졸업해 물리치료사로 일하다가 국립성공대 의대의 학사후의학과에 진학해 의사가 됐고 신장내과 전문의로 활약했습니다. 미국에서 보건학을 공부해 정책 자문을 하다가 정계에 뛰어들었지요. 커원저는 국립대만대병원 외과 교수로 장기이식 표준화를 주도했고, 대만 최초로 체외막산소공급장치(ECMO)를 도입했던 명의였습니다.
중국에는 이처럼 의사 출신 고위직이 적지 않은 듯합니다. 국부(國父)라 할 수 있는 쑨원(孫文)도 의사 출신이고, 이번에 의사 출신 총통까지 나왔으니….
우리나라에서도 의사 출신 국회의원과 보건복지부 장관을 여럿 배출했지요. 15~19대 의원을 지내며 19대에선 국회의장으로도 활약했던 정의화 의원이 부산대 의대 출신으로 동래봉생병원 의료원장까지 지낸 의사였지요. 안철수 의원도 서울대 의대 출신이고요. 그러나 의사 출신이기 때문에 갖는 정치적 영향력은 과연….
의사의 역할에 대해 ‘소의치병(小醫治病), 중의치인(中醫治人), 대의치국(大醫治國)’이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드라마 때문에 한때 허준의 스승 유의태가 한 말로 알려졌지만, 중국 송(宋) 때 의서 《태평성혜방(太平成惠方)》에 나온다고 합니다. 작은 의사는 병을 고치고, 중간급 의사는 사람을 고치고, 큰 의사는 나라를 고친다는 뜻이지요?
대만에서 의사 출신 총통이 나온 것은 대만인들의 의사에 대한 호감이 깔려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합니다. 대만에선 코로나19 때에도 의사 출신들이 정책의 주도권을 갖고 맹활약했고 국민은 기꺼이 따랐지요. 각종 조사와 지표에서 대만 의사들의 직업 만족도와 국민의 의사에 대한 호감도는 우리보다 훨씬 높다고 합니다. 대만 의사들은 우리 의사들보다 수입은 훨씬 적지만, 이처럼 존경을 받고 있는데, 이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대중으로부터 좀 덜 인정받더라도 직업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보다 더 큰 수익을 얻는 것이 더 중요할까요?
우리나라에선 다른 대부분의 나라엔 있는 ‘의사의 날’도 없습니다. 다른 나라에선 ‘의사의 날’에 환자들이 의사에게 카드를 보내거나 카네이션을 달아줍니다. 일부 나라는 국경일이나 공휴일로 지정돼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많은 환자나 보호자들이 자신의 주치의를 고마워하지만, 의사 집단도 존경하는지는 의문입니다. 우리나라 의사들만큼이나 열심히 환자를 보고, 또 크게 발전한 직업군도 드문데….
왜 대한민국에선 너나없이 자기 아들, 손자를 의사 시키려고 하면서도 정작 의사라는 직업군의 전문가들을 존중하지는 않을까요? 의료는 최선을 다하지만 언제든 잘못될 수 있는 영역이라는 것을 모르는 환자, 보호자 탓일까요, 아니면 공익 가치를 구현하거나 알리는 데 소홀했던 의사들 탓일까요? 아니면 무엇 때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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