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 말끝은 대부분
녹이 슬어 가고 있다
거뜬하던 일들이 하나 둘
조금씩 주저앉고 있다
행동마다 튀어나오는 엄살이라 하지만
나 모르게 끙, 하는 엄살을 짚고 일어선다
일어설 때 짚고
앉을 땐 바닥에 깔고 앉는다
그거, 다 온몸 곳곳이
녹슬어 있다는 증거지만
알맹이는 다 자식들에게 내주고
겨우 남은 쭉정이에서 나는
빈 소리다.
그러나 엄살도 잘 키워 놓으면
부축 못하는 자식들보다 낫다
- 김경숙, 시 '끙, 녹스는 일'
끙,
에구구구,
절로 뱉어지는 소리들.
엄살이라 하지만
그리 해서라도,
그 소리에 의지해서라도 일어서려는 최대한의 안간힘일 겁니다.
동네 공원마다 볕 좋은 곳에 모여 앉은 노인들의
지극히 일상적인 대화도 서로를 부축하는 힘 같습니다.
<사색의 향기>
요즘 서울성모병원에 자주 갑니다.
검사와 진료를 위해서
병원 성당 미사를 위해서 갑니다.
특히 월요일은 병원과 성당 모두 붐비는 날이지요.
환자들과 보호자가 이리저리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에스컬레이터 타는 것이 불안한 모습으로 보아
먼 곳에서 오신 분들 같아 보입니다.
휠체어를 탄 할아버지,
그 휠체어를 밀면서 길을 물으며 뛰는 할머니.
늙음은 슬픔이란 생각이 듭니다.
끝없이 밀려드는 고통의 바다에 던져진...
젊었을 적,
늙음의 모습을 알아채렸더라면...
비 내리는 아침.
사인공파종중 회계 감사로
신설동에 가야 할 일정이 있습니다.
2024. 3.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