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처서 /이재봉

뚜르(Tours) 2024. 8. 23. 21:34

 

 

처서   /이재봉



모기가 처서비를 피해 숲속으로 달아나다가
톱을 든 귀뚜라미를 만났습니다 모기는
귀뚜라미에게 왜 톱을 들고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귀뚜라미는 긴긴밤 독수공방에서 임을 기다리는
처자의 애를 끊으려 톱을 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새벽녘 빗소리에 문득 눈을 뜨니 쓰륵쓰륵
어디선가 톱질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 가만히 들여다보니
귀뚜라미 한 마리가 방구석에서 울고 있었습니다
우는 소리가 얼마나 애절한지
애끊는 톱 소리처럼 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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