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애인이 있다면 / 김이듬

 

 

여름에 애인이 있다면  / 김이듬

아침 일찍 카페에 가지 않겠어
카페 문 열릴 때까지 서성이다가
콘센트가 있는 구석 자리 찾아 두리번거리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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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에 애인이 생긴다면
집에 당장 에어컨부터 달겠어
나의 밝은 방으로 그를 초대하겠어
같이 마트 가서 고등어를 골라도 재미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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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애인을 찾을 수가 없네
둘러보면 유쾌하게 떠드는 사람들뿐이야
내가 다정해보이지 않는 건 알아
만약 내가 식물이라면 내부에 붉은 꽃을 피우는 과야
저기 혼자인 이는 온라인게임만 하고 있군
말을 붙일 찬스도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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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나이 먹은 사람이 오실 데가 아니잖아요.”
마주 앉은 이가 찡그리며 말했지
우연히 부킹한 것 뿐인데
친구 부부 따라 춤추러 간 것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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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샴푸나이트클럽 사이키 조명 아래에서
그도 내 또래로 보였는데
인간은 자신을 실제보다 더 젊게 생각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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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여름날 애인이 있다면
밤새 춤을 추겠어
물속에서도
원피스 안에 수영복 입고 지금 당장 해수욕장 달려가겠어
잠자지 않고 밥 먹지 않아도 헤엄치며 신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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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때가 가까우니 카페 손님들이 해변 피서객처럼 빠져나가네
음료 한 잔 더 주문해야 눈치가 덜 보이겠지
아, 무화과깜뺘뉴는 왜 이리 비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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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애인이 생긴다면
카페에서 죽치며 우스꽝스러운 시를 쓰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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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진 『시인광장』 , 2024년 8월호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