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西古今

'세계 최고 미남' 알랭 들롱이 남긴 말

뚜르(Tours) 2024. 11. 10. 17:37

 

‘시대의 아이콘’ 알랭 들롱이 눈을 감았습니다. 18일 세계의 언론들은 ‘미남의 상징’ 들롱이 프랑스 두쉬의 자택에서 세 자녀와 반려견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고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향년 88세.

 

알랭 들롱의 얼굴엔 깊고 푸른 눈동자와 표현하기 힘든 그늘이 함께 있습니다. 어릴적 부모가 이혼하면서 양육을 거부해 교도관에게 입양됐지만 그 양아버지도 곧 숨집니다. 재혼한 어머니에게 돌아갔지만 ‘행복한 어린시절’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가톨릭 기숙학교에서 퇴학 당하고 새아버지의 정육점에서 일하다 17세에 해군에 입대합니다. 그는 베트남에서 근무하다 절도, 탈영 등의 혐의로 구속돼 감방 생활을 하고 불명예 제대합니다.

 

그는 21세 때 파리에 되돌아와 웨이터, 짐꾼, 비서 등을 하며 입에 풀칠을 하다가 ‘여친’이었던 여배우와 함께 칸 영화제에 갔다가 인생이 바뀝니다. 그 잘생긴 얼굴을 영화계가 가만 둘 리가 없었겠지요? 들롱은 미국 영화 제작자 데이비드 셀즈닉에게 발탁됐다가 나중에 프랑스 영화 감독 이브 알레그레의 조언에 따라 모국에서 영화배우로 나섭니다. 1957년 ‘여자가 다가올 때’로 데뷔한 뒤 1960년 톰 리플리 역을 맡은 ‘태양은 가득히’로 세계 최고의 스타로 떠오릅니다.

 

 

영화 '태양은 가득히'의 알랭 들롱
 

들롱은 영화에서도 수많은 악역을 맡았지만, 삶에서도 숱한 비난의 대상이었습니다. 여배우, 가수 등과 스캔들이 끊이지 않았고 경호원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수사받기도 했습니다. 숱한 폭력 사건에도 연루됐고 말년엔 불법 총기 수집 혐의로 기소됩니다.

 

수많은 프랑스인들은 그를 ‘극우주의자’로 비난합니다. 프랑스 극우정치인 장마리 르펜의 친구이자 후원자임을 자처했고 공공연히 동성애를 혐오한다고 발언했습니다. 1999년에는 프랑스의 사회주의 분위기와 위선적 문화에 염증을 느낀다면서 스위스 국적을 취득, 한동안 스위스에서 살기도 했습니다.

 

그는 칸 영화제와 관계가 깊죠? 2007년 전도연이 영화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을 때 시상자였던 것 기억나시나요? 2010년에는 이정재를 보고는 “미남의 오리엔탈 왕자”로 추켜세웠던 것이 국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죠.

 

들롱은 2019년 5월 이 영화제에서 명예 황금종려상을 받습니다. 진보 가치를 믿는 사람들이 반대 서명운동을 펼쳤지만 영화제는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들롱은 시상식에서 “어쩌면 사후에 받을 헌사를 지금 받는 것 같다”면서 “나는 곧 떠날 것이지만, 여러분에게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떠나야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3개월 뒤 뇌졸중으로 쓰려져 수술받았지만 건강을 되찾기엔 늦은 나이였습니다. 들롱과 아들은 증세가 더 심각해지면 ‘안락사’를 받아들이겠다고 언론에 밝힙니다. 그러다 어제 자택에서 평화롭게 눈을 감았습니다.

 

그가 남긴 말 가운데 두 가지가 계속 머리에 남을 듯합니다. 잘 생긴 들롱이나 비슷하게 생긴 사람, 덜 생기거나 못 생기거나 안 생긴 우리에게나 모두 해당하는 말이 아닐까요?

 

“사랑에서, 우리는 진정 사랑한다면 모든 것을 감내해야 한다(In love, we have to dare everything if we really love).”

 

“나는 모든 것을 알았고, 모든 것을 받았다. 그러나 진정한 행복은 주는 것이더라(I knew everything and received everything. But real happiness, is giving).”



영화 ‘태양은 가득히(Plein Soleil)’의 주제곡과 배경 영상을 감상하며 ‘잘 생긴 것’에 대해서도 한번쯤 생각해볼까요? 미인의 얼굴은 세계 얼굴의 평균에 수렴한다는 가설도 있고, 인류가 건강한 후손을 퍼뜨리기 위해 건강한 얼굴을 좋아하게끔 진화하면서 미인 선호가 뇌의 무의식 영역에 담겼다는 주장도 있지요. 최근엔 잘 생긴 사람이 더 오래 산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됐는데, 그렇다고 잘 생긴 것이 절대가치는 아니겠지요? 알랭 들롱의 별세를 알리는 뉴스의 댓글 중 “잘 생겼어도, 못생겼어도 결국 떠나네”라는 게 눈길을 끌더군요. 니노 로타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태양은 가득히’ OST 감상하시며 미인과 행복에 대해서도 생각해볼까요?


이성주 기자
stein33@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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