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12월의 귀 ​/심재휘

뚜르(Tours) 2024. 12. 23. 22:32

 

 

12월의 귀  ​/심재휘

 

귀를 베고 잤더니 귀가 아팠다

12월의 소식도 아팠다

오른쪽 귀를 베고 자면 당신이 아팠고

왼쪽 귀를 베고 자면 새벽달이 아팠다

담요처럼 얇게 펴지는 어둠을

추운 마음에 덮을 수는 없어서

모로 누우면 뒤척거리는 밤이 되었다

펴진 귀는 편해진 귀가 되어도

당신의 모습은 아픈 귀에만 모였다

밤을 온몸에 묻히고 죽은 듯이 있어도 12월은 간다

해가 바뀐다 해도 빈자리는 여전히 먼 곳이고

귀는 아픈 방향을 달고 있도록 태어나

제자리로 오래 가야 할 하현은 조금 더 해쓱해졌다

ㅡ계간 《詩로 여는 세상》(2024,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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