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의 이야기 / 고영민
주말 저녁 무렵
아내가 내민 음식물 쓰레기통을 비우러
밖에 나왔는데
아파트 옆 동 쪽으로 걸어가는
할머니의 뒷모습에 깜짝 놀랐다
영락없는 내 어머니였다
돌아가신 지 삼 년 된 어머니가 다른 모습으로
아직 이승에 살고 계신 건 아닐까 하는
생뚱한 생각으로
한동안 쳐다보았다
어제 퇴근길
사내아이의 아빠, 하고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딸만 둘인 내가
모르는 사내아이의 아빠, 하고 부르는 소리에
왜 돌아보았을까
- 『햇빛 두 개 더』, 문학동네,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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