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르르 몰려나간 흥분들
핏대와 삿대질이 섞인다
목소리 큰 놈이 이겨서야, 엄마는 혀를 찼지만
형제 많은 집 골목 싸움에 달려 나온 끈끈한 우애를 내심 부러워했다는 게 맞다
참지 못하고 달려나간다는 것은 네 편이야, 은근 힘을 실어주는 것
내 편이라는 우쭐함이 어깨를 세우는 것
내 편이라는 믿음을 왜 오래도록 갖지 못했을까
적당히 점잖고 적당히 절제하는 나에게는 흥분한 공기가 없다
간섭할 하늘도 집단 퇴장할 운동장도 없는 기분은
무조건 내 편이었던 젊은 엄마마저 없다
붉은 잎들 몰려간 쪽에서 바람이 뒹군다
갖고 싶은 걸 얻어내려 막무가내 바닥에 드러눕던 아이 같은 바람은 분명 다혈질
저 바람, 버릇이 나쁘다고 핀잔깨나 듣지 않았을까
일어설까 말까 눈치 보는 벤치의 저녁 햇살은
이기적이라 생각할 테지만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은 편견일지도 모른다
진실과 현실 사이, 아무리 그래도 바람의 섭섭함은 어쩔 수 없다
- 최연수, 시 ‘벤치 클리어링’
스포츠 경기에서 싸움이 벌어졌을 때, 양 팀 소속 선수들이 모두 나와 싸우거나
이를 말리는 행위를 ‘벤치 클리어링’이라 한답니다.
스포츠 경기뿐 아니라, 살면서 한편이 되어 참견하거나 말리는 일들이 종종 있습니다.
내 편, 네 편이 갈리는 특성입니다.
그리하여 하나로 묶이기도 하면서, 편견에 사로잡힐 때도 있는 듯합니다.
<사색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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