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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진 자리 / 류인서

꽃 진 자리   / 류인서 ​꽃잎 지고 난 가을 뜨락에서한 중심을 향해 둘러앉은 시간의 고분군을 만납니다불붙어 싸우던 허공마다깜깜하게 깊어진 그늘 하나씩 봉분처럼 돋아올라가만가만 빛을 삼키며 침묵의 블랙홀로 가고 있네요가벼이 날아오르고 싶은 바람홀씨들기억 저 끝과 이 끝은 유물로 가라앉아 있을까요​벽화 속의 채운(彩雲) 하늘과하늘을 기울여도 쏟아지지 않는 붉은 해해의 동공에 사는 세발까마귀 눈뜨고, 웅얼웅얼오음 음계 오랜 노랫소리 꽃물처럼 번져나와바람 깨워 흔들며 내게로 스밉니다그 노래를 배음으로 이울었다가 다시 부풀기도 하는먼바다의 더 먼 별자리까지 궁상각치우, 익고 익어 따스합니다​- 류인서,『그는 늘 왼쪽에 앉는다』(창비, 2005)

이 한 편의 詩 2024.10.09

불꽃놀이

어둠 속에 와 와,민들레가 되고 장미 수레국이 되고꽃의 낙원이 펼쳐지네은하수가 되었다가 함박눈이 되었다가더 깊게 포갤 수도 없고더는 녹아들 수 없는너와 나, 딱 그만큼의 거리에서매혹이 사라지면 사랑도 사그라지네파도가 되고 멍이 되는분분한 내력 꽃의 일생을 지우네뿔뿔이 흩어지네다시는 꽃이 되지 못하네- 유진, 시 '불꽃놀이'자신을 화려하게 장렬하게 피우고 한순간 져버린 꽃.그 불꽃에 환호한 시절이었습니다.우리는 언제 저렇게 처절하게 나를 피운 적이 있을까요.파도가 되고 멍이 되는분분한 내력 꽃, 불꽃.

역사를 바꾼 72시간

우리에게서 많은 것을 앗아간 6.25 전쟁은수많은 사상자와 이산가족을 만든 뼈아픈 역사입니다.그런데 전쟁 초기 북한군이 서울을 점령한 후,국군에 대한 맹추격을 멈추고, 3일간 지체한사건이 있었습니다.때는 바야흐로 6월 25일 새벽,암호명 '폭풍'으로 북한의 남침은 시작되었습니다.북한군은 350대의 탱크를 앞세우고파죽지세로 밀고 들어왔습니다.원래 북한군은 서울을 장악한 후,춘천, 홍천을 거쳐 수원까지 점령할 계획이었는데난관에 부딪혔습니다.바로 춘천을 지키는 국군 6사단의 반격이 있었던 것입니다.당시 비상 경계령이 해제되면서 장병 대부분이휴가를 가거나 모내기 지원을 나가면서우리 군은 경비가 허술했습니다.하지만 6사단 김종오 사단장은북한 귀순병의 증언을 바탕으로 경계 태세를 강화했습니다.군의관까지도 포사격을 ..

東西古今 2024.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