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같은 양보
여름은 언제나 서둘러 몸을 식히며
꼬리를 감추고 사라진다.
수많은 번개, 천둥소리와 빗줄기가
사납게 퍼부었다.
얼마 지나 문득 눈을 들어
하늘을 쳐다보면
구름 사이로 가을이 느껴진다.
푸른색의 시원하고 부드러운 하늘이
얼굴을 내민다.
- 헤르만 헷세 '아름다운 죽음에 관한 사색' 중에서 -
열대야(熱帶夜) 속에서 한 여름을 보냈습니다.
고통스러웠습니다.
중복(中伏) 무렵부터 시작된 기침으로 잠을 못이루고
더위를 참지 못하여 에어컨을 켜야 하는 악순환이었습니다.
언제 사그라질지 모를 더위와
언제 멈출지 모를 기침과 싸우며
한 여름밤을 보냈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청량하다 못해 추위를 느끼고
창문을 닫고 자게 되었습니다.
더위가 없어졌다는 느낌,
이상기온(異常氣溫)의 징후(徵候)로만 보였습니다.
하지만, 어느새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기온과
한낮의 따가운 햇볕에도
청량함을 느끼는 가을이 되었습니다.
두려움을 갖게하던 기침도 많이 사그라들었습니다.
콩콩 기침을 해대며
외로움과 불안함에 괴로워하면서도
그분의 은총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무언가 맺어 주실꺼야.....'
사실 저에게는 체험이 있어요.
지금 보면 유독 8월과 9월 중에 은총을 받았습니다.
2000년 대희년에 본당 성령세미나를 받고
본당 성령기도회 회장이 되었을 때
새로운 신앙의 길을 기뻐하며 살고 있던 8월에
39.1도의 열병을 앓았습니다.
2001년 9월에 지구봉사회 부회장이 되었을 때
다시 38.9도의 열병을 앓았습니다.
두번의 열병을 앓고 지병(持病)이었던
고지혈증, 만성피로증, 중성지방간이 치유되었습니다.
이번 기침병 끝에
저의 좋은 열매가 있을 것입니다.
이미 확증을 넘어 믿음의 단계입니다.
주님의 은총 속에서
담대하게 살아가렵니다.
2007.9.11 Martin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