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앓이』
어제 겪은 일입니다.
사무실 근처에서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식사 후 계산대에서 계산을 하고 있는데
건너편 해장국집 주인 아줌마가 서 있었습니다.
그분은 불안한 모습으로 밖을 내다 보다가
누군가로부터 �기듯이 계산대 뒤로 숨었습니다.
그런 후에 그 아줌마가 하는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동네 아저씨가 얼마 전 외국에서 살다가
이 동네로 이사왔답니다.
가족은 유치원 다니는 어린 딸아이와 함께 귀국했는데,
부인이 없는 것으로 보아 헤여진 모양입니다.
이 사람은 늘 해장국집에 와서 술을 먹고 폭언을 하고
음식점을 때려 부순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술을 마신답니다.
그날도 너무 술이 취해서 술을 주지 않자
난동을 부려 이웃 식당으로 피신한 것입니다.
"꼬맹이 딸을 맨날 때려요. 불쌍해 죽겠어요."라는
아줌마의 소리를 듣고 식당을 나왔습니다.
사무실로 가는 도중에 이 아저씨를 보았습니다.
술을 주지 않자 어린 딸의 손목을 움켜쥐고
해장국집 주인을 찾아 다니다가
골목길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골목길로 들어가더니 다시 되돌아 나오는면서
저와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눈은 술이 취해 벌개졌고
우람하게 큰 손으로 어린 딸의 손목을 움켜쥐었습니다.
아이는 거대한 나무에 매달린 우산버섯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린 딸의 얼굴은 이미 많은 울은 탓에
눈 밑에 때국자욱이 보였고 겁에 질려있었습니다.
끌려가다시피 하면서 다섯 살쯤 되어보이는 아이는
"아빠, 집에가~"
모기소리처럼 작고 떨리는 음성으로
아빠를 달래고 있었습니다.
정말 예쁜 아이였습니다.
비록 땟국물이 묻어 있었지만 초롱초롱한 커단 눈망울과
동그란 얼굴이 첫눈에 보아도 예쁘고 귀여운 아이였습니다.
조그만 몸집에 쪼그만 가방을 메고 있었습니다.
이 어린아이의 눈망울이 하루종일 나를 �아다녔습니다.
'왜 그 아이는 그런 고통 속에 살게 되었을까?'
'저렇게 예쁘고 귀여운 아이에게 시련을 안겨주는
주님의 뜻은 무엇인가?'
'아이를 남기고 떠난 엄마의 사정이 무엇일까?'
'사정이 허락한다면 저 아이를 입양해서 키워볼까?'
아이의 아빠는 딸을 두고 떠난(이혼인지, 사별인지 몰라도)
아내에 대한 가슴앓이로 그렇게 살고 있는지 모릅니다.
세상이 자기를 버렸다고 생각하고 있겠지요.
그 세상에 대한 분노 표출이 술을 마시고
이웃에게 폭언을 하고 딸아이를 괴롭히고 겁주고 때리는
것일 겁니다.
그는 그럴수록 세상이 자기에게서 멀어지는 것을 느끼고
점점 더 헤어나올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겠지요.
나에게 닥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도피하려는 몸짓입니다.
그 아이의 눈물자국이 있는 쪼그맨 얼굴이 아직도 나에겐
가슴앓이입니다.
그 아이와 아버지를 다시 만난다면
내가 해야 할 일을 생각해 봅니다.
2007. 10. 11
Martin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