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샘물

풍요와 빈곤

뚜르(Tours) 2007. 12. 15. 21:48

- 풍요와 빈곤 -
아주 오랜 옛날에 넓고 넓은 바다 한복판에 서로 마주 보고 우뚝 솟은 
조그만 섬 두 개가 있었다. 하나는 '풍요의 섬' 또 하나는 '빈곤의 섬'이라고 했다. 
그 두 섬 사이는 불과 몇 킬로미터밖에 되지 않는, 서로 마주 바라다보이는 거리지만 
그 사이에는 깊고 푸른 바닷물이 가로막고 있었다.
풍요의 섬은 이름 그대로 무척이나 비옥하고 모든 것이 풍족한 섬이었다. 
그 섬에서는 힘들여 농사를 짓지 않아도 온갖 종류의 과일과 황금빛 곡식들이
익어 갔기 때문에, 사람들은 무척 부유하고 건강했다.
하지만 빈곤의 섬은 척박한 바위투성이의 황무지에 지나지 않았다. 과일이나 곡식이 
열리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마실 물조차도 몹시 귀했다. 
이 섬에 사는 사람들은 입에 풀칠을 하기 위해 뼈빠지게 일을 해야만 했다. 
그래서 그들은 하나같이 무척 가난하게 살 수밖에 없었다.
풍요의 섬에는 유난히 마음씨가 따뜻하고 고통받는 자들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한 남자가 살고 있었다. 그는 매일같이 조그만 산꼭대기에 올라가 빈곤의 섬을 
바라보곤 했다. 그가 보기에도 그 섬은 너무나도 황량하고 척박했다. 
어느 날, 그는 안타까운 심정을 달래지 못해 중얼거렸다.
"빈곤의 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정말이지 무척 가난하구나. 섬은 바위투성이의 
황무지에 지나지 않으니 그럴 수밖에 없겠지. 사람들이 저런 섬에서 살아가기 위해 
발버둥치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파 견딜 수가 업어. 
하지만 이곳 풍요의 섬에 사는 우리는 필요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가질 수 있어. 
세상은 왜 이렇게 불공평할까? 그래, 내가 저 바다를 건너가서 빈곤의 섬에 사는 
사람들을 우리 풍요의 섬으로 초대해야겠어. 그러면 그들도 자연히 우리의 
이 풍요로움을 한껏 누릴 수 있을 거야."
이제 그의 결심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을 만큼 확고하게 굳어졌다. 그는 용감하게 
바다 속으로 뛰어들어 빈곤의 섬을 향해 헤엄치기 시작했다. 그에게는 빈곤의 섬에 사는 
사람들을 풍요의 섬으로 불러와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었다. 오랜 시간 동안 거친 물살을 헤치며 
열심히 헤엄친 끝에 그는 마침내 빈곤의 섬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가 빈곤의 섬에 도착하자, 대번에 사람들이 몰려 나와 그를 맞이했다. 
그들은 어디선가 불쑥 나타난 낯선 사람을 보고 깜짝 놀라는 눈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이 빈곤의 섬을 제발로 찾아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바닷가에 낯선 사람이 도착했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모든 섬사람들에게 전해졌다. 
모두들 이 낯선 남자를 구경하기 위해 바닷가로 몰려 나왔다.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사람들은 서로를 향해 그렇게 물으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풍요의 섬에서 건너온 남자가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여러분은 아마 나를 모를 겁니다. 하지만 나는 
지금까지 수없이 여러분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는 바로 옆에 있는 저 풍요의 섬에서 온 사람인데, 저 섬의 꼭대기에서 여러분과 
여러분의 섬을 유심히 지켜 보았습니다. 
여러분이 이 척박한 섬에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매일같이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나는 가슴이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 풍요의 섬은 땅이 대단히 비옥합니다. 많은 과일과 곡식이 남아돌 정도입니다. 
그 덕분에 우리는 지극히 행복하고 만족스럽게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이곳 빈곤의 섬에서 굶주리고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지 않습니까?"
자, 사랑하는 친구 여러분! 이제 이 황량한 들판과 여러분의 초라한 보금자리는 
조금도 미련을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살림살이나 소지품도 모두 버리십시오. 
그리고 나를 따라오십시오. 나와 함께 풍요의 섬으로 건너갑시다. 
나는 그 풍요의 섬에서 우리가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을 함께 나누기 위해 
여러분을 초대하는 바입니다."
그 말을 들은 빈곤의 섬 주민들은 회의를 열었다. 
만일 그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마침내 이 지긋지긋한 고통의 세월을 벗어 던지고, 참된 기쁨과 행복이 넘치는 
안락한 생활을 누릴 수 있다니, 이게 정녕 꿈은 아닐까? 회의는 오래 가지 않았다. 
그들은 만장 일치로 결론을 내렸다.
"좋습니다. 우리는 당신을 따라가겠습니다! 내일 새벽 동이 틀 무렵, 
우리는 당신과 함께 저 바다를 건너갈 겁니다. 
우리는 당신이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따라가겠습니다."
그때부터 다음 날 새벽이 오기까지는 무척 초조한 기다림의 연속이었습니다. 
몇몇 사람들은 자기네가 가지고 있던 돈과 금과 각종 보석을 조그만 가방에 꾸리기도 했다.
다음 날 새벽, 빈곤의 섬에 사는 모든 주민들은 동이 트기도 전부터 바닷가로 모여들었다. 
그들 중에는 보석을 담은 가방을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마침내 아침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자, 풍요의 섬에서 온 남자는 출발을 알리는 
신호를 한 다음, 제일 먼저 바닷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를 따라 바닷물에 몸을 던진 
빈곤의 섬 주민들은 몇 시간 동안이나 있는 힘을 다해 헤엄을 쳤다.
이윽고 그들은 풍요의 섬에 도착했다. 제일 먼저 도착한 빈곤의 섬의 구세주는 
바닷가에 앉아 사람들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빈곤의 섬에서 온 사람들이 
하나하나 섬으로 올라올 때마다 그는 기쁨에 찬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그의 기쁨은 오래 가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풍요의 섬에 도착한 사람들의 
수를 세어 보던 그는, 그때서야 '아이들'과 '보석 꾸러미를 어깨에 짊어지지 않은 
사람들'만이 바다를 건너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거친 바다속에서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피터 라이브스
탐욕은 파멸을 낳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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