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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니슬라오의 연민 / 펌

뚜르(Tours) 2007. 12. 15. 22:28

스타니슬라오의 연민 영원 사도직을 시작한 첫날은 우연히 예수회 수련원의 주보성인인 스타니슬라오 축일이었다. 해마다 예수회에서는 스타니슬라오 축일을 기념하여 수련생들이 연극을 공연한다. 나는 잠시 틈을 내어 보러 갔다. 수련원에 도착하니 이미 스타니슬라오 수사와 세바스찬 수사 그리고 동료 수사들로 분장한 수련생들의 열띤 연기가 한창이었다. 뛰어난 언변과 지식을 갖춘 세바스찬 수사는 명강의로 많은 사람을 주님께로 인도한다. 그런 세바스찬 수사는 자신의 높은 신학적 지식이 모든 것을 이루어 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되고, 이에 반해 배움이 적고 말주변도 없는 스타니슬라오 수사는 늘 기도하면서 자신의 부족함을 고백하며 주님께 더 큰 사랑의 마음을 청한다. 그러던 어느날 이들은 길에 쓰러져 있는 행려병자 라자로를 만나게 된다. 스타니슬라오 수사는 그에게 다가가 함께 고통을 나누려 하지만 세바스찬 수사와 다른 동료 수사들은 한낱 거지에게 마음을 쏟는 스타니 슬라오 수사를 못마땅해하며 그 자리를 떠나버린다. 혼자 남은 스타니슬라오 수사는 라자로의 썩어가는 다리의 고름을 입으로 빨아 주면서 그의 육체적 고통을 함께 나누며 하느님의 사랑을 전한다. 막이 바뀌고 이제 무대 위에는 예수님과 수사들이 함께 모여 있다. 수사들은 각자 자신이 행한 사도직에 대해 예수님께 보고를 드린다. 세바스찬 수사는 자신의 강연에 몇천 명의 사람들이 감명을 받았고 많은 사람들이 세례를 받게 되었다고 자랑스럽게 말씀드렸고 다른 수사들도 자신이 행한 사도직을 자랑하듯 말씀드렸다. 그러나 스타니스라오 수사는 고통으로 괴로워하는 거지 라자로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던 안타까움과 가난함에 대해 말씀드렸다. 이야기를 다 들은 예수님은 모두에게 수고했다며 특별히 누가 더 잘했다는 말씀은 하지 않으셨다. 하지만 자신을 지그시 바라보는 그분의 눈빛에서 스타니슬라오 수사는 커다란 위안과 힘을 느꼈다. 예수께서는 남을 돕는 데 필요한 기적의 은사를 주시겠다며 수사들에게 안수를 해주신다. 기적의 은사를 받은 수사들은 마귀들린 청년한테서 마귀를 �으려고 하지만 아무도 마귀를 �아내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스타니슬라오 수사가 마귀를 �아보겠다고 하자 모두들 비웃었다. 마귀에게 시달리는 청년에게 깊은 연민을 느낀 스타니슬라오 수사는 무릎을 꿇고 주님께 기도를 드렸다. 그러는 중에 마귀는 주님의 힘이 자신에게 미치고 있음을 알고는 다음 기회를 노리며 떠난다. 그들은 자신들의 힘만으로 마귀를 �아내려 했음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 깨달았다. 그렇게 연극은 막을 내렸다. 그날의 연극이 준 감동은 병원으로 돌아오는 내내 마음속에서 큰 울림이 되었다. 또 다른 세바스찬 수사의 모습이 바로 나 자신이 아닌지 조심스럽게 돌아보았다. 연극을 통해 만난 스타니슬라오 수사의 모습은 새 사도직을 시작하는 나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일깨워 주는 주님의 목소리였다. 미약한 나를 통해 행하고자 하시는 그분의 일과 의탁하는 마음으로 나아가야 할 사목자의 삶을 생각하며, 이웃의 고통과 함께 하는 열정과 연민의 도구로 써주십사고 기도드렸다. 병원 사도직을 시작하는 첫 날, 다시 만난 스타니슬라오 성인한테 겸허함과 오롯이 주님께 의탁하는 마음을 새롭게 배우고 있다. 「사랑이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네」에서 류해욱 신부 지음 / 바오로딸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