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신수련 피정을 다녀와서 (1)
묵상 성경 : 묵시 3,14-22
"라오디케이아 교회의 천사에게 써 보내라.
'아멘 그 자체이고 성실하고, 참된 증인이며 하느님 창조의 근원인 이가 말한다.
나는 네가 한 일을 안다. 너는 차지도 않고, 뜨겁지도 않다. 네가 차든지 뜨겁든지
하면 좋으련만! 네가 이렇게 미지근 하여 뜨겁지도 않고 차지도 않으니, 나는 너를
입에서 뱉어버리겠다. '나는 부자로서 풍족하여 모자람이 없다.'하고 네가 말하지
만, 사실은 비참하고 가련하고 가난하고 눈 멀고 벌거벗은 것을 깨닫지 못한다.
내가 너에게 권한다. 나에게서 불로 정련된 금을 사서 부자가 되고, 흰옷을 사 입어
너의 수치스러운 알몸이 드러나지 않게 하고, 안약을 사서 눈에 발라 제대로 볼 수
있게 하여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나는 책망도 하고 징계도 한다. 그러므로
열성을 다하고 회개하여라. 보라, 내가 문 앞에 서서 문을 두드리고 있다. 누구든지
내 목소리를 듣고 문을 열면, 나는 그의 집에 들어가 그와 함께 먹고, 그 사람도 나와
함께 먹을 것이다. 승리하는 사람은, 내가 승리한 뒤에 내 아버지의 어좌에 그분과
함께 앉은 것처럼, 내 어좌에 나와 함께 앉게 해 주겠다. 귀 있는 사람은 성령께서
여러 교회에 하시는 말씀을 들어라.'"
면담 : "억울한 일을 당하고 억울함을 풀 길이 없습니다."
"예수님께 그대로 보여드리십시오. 그분과 대화하십시오. 주님께서 당하신
그 억울함을 어떻게 견디셨는지 여쭤 보세요."
풍경 : 창밖에 많은 비가 내립니다. 산속 외진 수도원에서 첫밤을 보냅니다.
세상 속에 있으면서 세상 밖을 보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번개불이 번쩍 스치고 지나갑니다. 천둥소리가 자지러집니다. 번개불과
천둥소리가 저에게 자꾸 말을 건넵니다.
"네가 거기에 있는 것을 나는 안다. 네가 거기에 있다 해서 세상이 변하지 않아.
세상은 여전히 너를 기다리고 있지. 요란하고, 시시한 일에 목숨을 걸고 복수
심으로 자신을 망치지. 나와 봐. 여전히 세상은 너를 변함 없이 맞이 할테니."
노란 빛이 하늘과 땅 사이를 가르고 천둥소리는 하늘의 노염을 말하듯 창문을
흔들고 내 마음을 흔듭니다.
"나와 봐. 여전히 세상은 너를 변함 없이 맞이 할테니."
"억울함과 복수심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예수님께 여쭤 보세요.
저 보다 더 억울한 일을 당하시고도 어떻게 견디어 내셨나요?"
번개불과 천둥소리가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
무엇을 얻어 가지고 가야 하나?
기도 중에 기다리는 주님의 형상과 음성은 간 데 없고, 탐욕과 시기가 넘치는
역겹고 미운 자들이 기도 속으로 비집고 들어 오는데 나는 이 밤을 속절 없이
보내야 하나?
빗소리는 더욱 세차게 들립니다.
신부님께서 읽으라고 권유한 욥기 38장에서 42장 6절까지를 읽었습니다.
목은 아직도 따끔거리며 고통을 예고하고, 수도원의 첫날 밤은 지나갑니다.
2009. 7. 17 일기 중에서
2009. 8. 3.
마르티노가 여러분들에게 인사를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