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샘물

우리 모습을 닮은 사람을 만들자 - 성서묵상 모세오경

뚜르(Tours) 2009. 10. 10. 09:48

 

 

 


우리 모습을 닮은 사람을 만들자 성서 첫 장은 하느님께서 말씀으로 세상만물을 창조하시고, 당신을 대신하여 모든 것을 다스릴 인간을 하느님의 모습에 따라 창조하셨다고 전한다. 인간이 하느님의 모상이며 하느님을 닮았다는 것은 성서에서 수없이 강조하고 있는 우상숭배 금지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곧 이 세상에서 하느님의 모습을 보려거든 이웃 사람을 보라는 말씀이다. 사람이 곧 이 세상에 현존하시는 하느님이며 그 외에는 이 세상의 어떤 것도 신성(神性)을 지닐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이 세상사에 얽혀 죄를 짓는다 하더라도 내면의 더 깊은 진실은 하느님을 닮은 거룩함이다. 그것이 그리스도인의 인간관이다. 하느님의 아들이 인간이 되실 수 있는 것도 본래 우리가 당신을 닮은 속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어 하느님께서는 인간이 당신을 닮았기에 창조된 만물을 다스리게 하신다고 말씀하신다. 여기서 '다스린다'는 것은 정치적 용어가 아니라 목자가 양을 데리고 다니는 일을 말한다. 곧 물과 풀이 있는 곳으로 어린 양들을 인도하고 양들을 위협하는 일이 있으면 앞장서서 위험을 막아주는, 한 마디로 생명을 온전히 보존해 주는 것이 목자의 일이다. 이것이 다스린다는 말의 본래 의미다. 요즘 표현을 쓴다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경제 문제와 안전한 삶을 보장 하는 안보 문제가 참된 목자의 몫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윤리적 문제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목자의 일을 어느 정도까지 해야 하는지 기준은 아주 명백하다. "야훼는 나의 목자"(시편 23,1)이시며 우리 죄를 당신 몫으로 삼아 죽으신 예수 께서 우리의 착한 목자(요한 10,11)이시기에, 세상에 대한 목자의 역할은 예수 님을 통해 보여주신 하느님의 사랑을 우리의 생각과 말과 행동으로 드러내는 데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생명, 공기와 물과 들에 핀 풀 한 포기와 바로 옆에 있는 사람 에 대해 하느님께서 나에게 부여해 주신 목자의 품위를 얼마나 잘 실현하며 살 아가고 있는가. 하느님께서 명령하셨다 함은 이미 그 능력을 우리 안에 숨겨주 셨음을 의미한다. 성서묵상 모세오경「내가 네 힘이 되어주겠다」에서 김종수 신부 지음 / 바오로딸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