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은 준비하는 이에게
겨자씨의 비유 (마태 13,31-32 ; 루카 13,18-19)
예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하느님의 나라를 무엇에 비길까?
무슨 비유로 그것을 나타낼까?
하느님의 나라는 겨자씨와 같다. 땅에 뿌릴 때에는 세상의 어떤 씨앗보다도 작다.
그러나 땅에 뿌려지면 자라나서 어떤 풀보다도 커지고 큰 가지들을 뻗어, 하늘의
새들이 그 그늘에 깃들일 수 있게 된다” (마르 4. 30-32).
해마다 대학 입시철이 되면 입시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애가 탑니다.
그때마다 대구에 있는 동화사 갓바위나 대구 교구청 옆에 있는 성모당에 가려고
하면, 마치 시내 한 복판에 온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사람들로 복닥거립니다.
일 년 내내 대학 입학 시험을 준비하면서 부모 자식 사이에 갈등도 많이 있었을
것이고, 잠 못 이루며 고민하는 날도 많았을 것입니다.
만족한 결과를 얻을 수도 있고 아쉬움이 클 수도 있지만,
이때 우리는 지난 일 년을 차분히 정리해 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대입시험을 치를 때는 '4당 5락' 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져 있었습니다.
네 시간 자면 대학에 붙는 것이요, 다섯 시간 자면 대학에 떨어진다는 신종 고사
성어로서 그렇게 열심히 공부해야 대학에 합격할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말이었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준비 없는 이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어느날 갑자기 뚝 떨어지는 공짜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평소 준비를 열심히 한 학생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듯이 하느님 나라는 신앙
인으로서 지금 이 자리에서부터 잘 준비하는 사람이 이루어 낼 수 있습니다.
그렇듯 지금은 보잘것없어 보이는, 겨자씨 만한 하느님 나라라 할지라도
마침내 하늘의 새들이 그 그늘에 깃들이는 나라로 그분의 나라는 완성될 것입
니다.
자기 자녀가 좋은 성적을 거두기를 간절히 바라며 기도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니 갑자기 이런 의문이 듭니다. 그 간절한 기도가 준비를 잘한 만큼 풍성한
열매를 맺게 해달라고 다는 기도인지,
혹은 씨앗을 뿌리지도 않고 열매만 거두려고 하는 허황된 바람인지……
자녀를 위한 부모의 마음은 숭고하지만 결코 공짜를 바라서는 안 될 것입니다.
“하느님의 나라를 무엇에 비길까? 무슨 비유로 그것을 나타낼까? 하느님의
나라는 겨자씨와 같다. 땅에 뿌릴 때에는 세상의 어떤 씨앗보다도 작다. 그러나
땅에 뿌려지면 자라나서 어떤 풀보다도 커지고 큰 가지들을 뻗어, 하늘의 새들이
그 그늘에 깃들일 수 있게 된다”
마르코복음 단상「아침을 여는 3분 피정」박병규 신부 지음 / 생활성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