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사랑만으로
시리아 페니키아 여자의 믿음 (마태 15,21-28)
예수님께서 그곳을 떠나 티로 지역으로 가셨다. 그리고 어떤 집으로 들어가셨는데,
아무에게도 알려지기를 원하지 않으셨으나 결국 숨어 계실 수가 없었다. 더러운 영이
들린 딸을 둔 어떤 부인이 곧바로 예수님의 소문을 듣고 와서, 그분 발 앞에 엎드렸다.
그 부인은 이교도로서 시리아 페니키아 출신이었는데, 자기 딸에게서 마귀를 쫓아내
주십사고 그분께 청하였다. 예수님께서는 그 여자에게,
“먼저 자녀들을 배불리 먹여야 한다. 자녀들의 빵을 집어 강아지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옳지 않다.” 하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그 여자가, “주님, 그러나 상 아래에 있는 강아 지
들도 자식들이 떨어뜨린 부스러기는 먹습니다.” 하고 응답하였다. 이에 예수님께서 그
여자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그렇게 말하니, 가 보아라. 마귀가 이미 네 딸에게서 나갔다.”
그 여자가 집에 가서 보니, 아이는 침상에 누워 있고 마귀는 나가고 없었다
(마르 7,24-30).
간혹 성서에서 예수님의 마음이 냉정하게 느껴지는 구절을 접할 때가 있습니다.
애타게 찾는 어머니 마리아와 형제들에게 "누가 내 어머니며 내 형제들입니까?" 라고
대답하신 것과 오늘 사로페니키아 여인에게 하신 예수님의 말씀이 그 중의 하나가 아닐
까 싶습니다.
어린 딸이 아프다고 하소연하는 여인의 간청에도 예수님은 침묵으로 일관하십니다.
그럼에도 다시 간곡하게 청하는 그 여인에게 예수님은 자녀들의 빵을 집어 강아지들에
게 던져 주는 것은 좋지 못하다는 말씀까지 하며 여인의 가슴에 못을 박습니다.
말씀만 보자면 참으로 인정머리 없는 대답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여인의 한 마디에, 그러니까
"주님, 상 밑에 있는 강아지도 아이들이 먹다 떨어뜨린 부스러기는 먹습니다." 라는
대답에 그의 딸을 고쳐주십니다.
마르코복음 단상「아침을 여는 3분 피정」박병규 신부 지음 / 생활성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