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첫마음으로
율법학자들을 조심하여라(마태 23,1-36;루카 20,45-47)
예수님께서는 가르치시면서 이렇게 이르셨다.
"율법학자들을 조심하여라. 그들은 긴 겉옷을 입고 다니며 장터에서 인사받기를 즐기고,
회당에서는 높은 자리를, 잔치 때에는 윗자리를 즐긴다.
그들은 과부들의 가산을 등쳐먹으면서 남에게 보이려고 기도는 길게 한다.
이러한 자들은 더 엄중히 단죄를 받을 것이다."(마르 12,38-40)
율사들을 조심하라는 예수님의 경고를 전하는 오늘의 복음을 읽을 때마다, 저는 그것이
꼭 저를 향한 경고인것 같아 부끄러워 옵니다. 그리고 한숨과 눈물로 가슴을 쥐어뜯으며
저의 위선과 잘못을 그분 앞에 내어 놓게 됩니다.
사제가 되어서도 무엇 하나 달라진 것 없이 하루하루를 허물 속에 갇혀 지내며,
겉으로 꾸며진 제 빈 껍데기로 하느님을 찬양하는 듯 요란히도 떠들어 댔습니다.
율사들처럼 기다란 예복을 입고 다니며 사람들에게 인사 받기를 좋아했고,
윗자리에 앉을 때면 은근히 뻐기고 싶기도 했습니다.
이 시대의 양심이기 전에 추종자였으며,
세상의 소금이기 전에 세상의 왕초인 듯 그렇게 살았습니다.
제가 지금껏 걸어온 길은 화려한 겉모습에 현혹되어 예수님이 가신 십자가의 길, 겸손의
길은 만날 수 없는 평행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하느님, 당신이 또 다른 제 삶의 모습이게 하소서. 하느님, 당신이 제 삶의 거울이게
하소서. 시대의 흐름 위에, 제 삶의 가난 위에 하느님 당신이 제 주인이게 하소서.
제가 서 있는 그 자리에는 당신의 겸손이 채워지고, 그래서 당신이 제 삶의 전부라고
고백하게 하소서. 하느님, 제가 다시 첫마음으로 돌아가게 하소서."
"여러분은 율사들을 조심하시오. 그들이 좋아하는 짓은 기다란 예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것,
장터에서 인사받는 것, 회당에서도 높은 좌석, 잔치에서도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입니다."
마르코복음 단상「아침을 여는 3분 피정」박병규 신부 지음 / 생활성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