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를 용서하는 기도 /권태원 프란치스코 -
어두움과 나는 종일 산을 돌아다니다가 오늘 하루도 지는 해를 바라봅니다.
멀리 우리들의 마을이 보이고 노을에 매달려 있는 성당의 종탑이 보였습니다.
우리는 어디에서 무엇으로 끝나고 있습니까?
오늘은 날지 못하는 종이학이라도 만들어 봅니다.
잠들기 전에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사랑과 희망을 만들어 봅니다.
그대가 꿈꿀 때 당신이 노래할 때 나를 용서하는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땅 끝까지 우리에게 비쳐오는 당신, 당신은 누구십니까?
산 뒤에서는 산만 생각하며, 별 뒤에서는 별만 생각합니다.
당신 뒤에서는 당신의 사랑만 생각하고,
이별 그 다음은 이별의 슬픔을 생각합니다.
죽음 뒤에서는 죽음을 생각하고,
고통 뒤에서는 또 무엇을 우리들은 생각하고 있을까?
별을 사랑하며 살아가면 당신을 만날 수 있을까?
달을 그리워하며 살아가면 당신을 가슴 속에 품을 수 있을까?
그러나 떠오르는 해를 기다리며 살아가면 당신을 껴안을 수 있습니다.
길을 걸으면 아무도 없는 길을 걸으면 눈물이 납니다.
자꾸 눈물만 납니다. 보이지 않는 하늘, 갈 곳도 없고 같이 갈 사람도 없습니다.
어제까지 따라 다니던 햇빛 한 움큼마저 나를 떠난 오늘,
이제는 무엇을 해야 하나, 누구를 또 만나야 하나?
살아갈수록 살아갈수록 나의 별은 안으로, 안으로 떨어집니다.
아무도 없는 길을 걸으면 미안해집니다, 자꾸 미안해집니다.
손바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부끄럽습니다.
당신의 아름다운 말씀으로 손금에 별이 뜨고 멀리서 아침 이슬이 지고 있습니다.
어두워지면 상처로 돌아와 날지 못합니다.
나는 빈 방에서 홀로 혼자 울었습니다.
그리운 하느님, 오늘도 당신에게 더 가까이 나는 날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두워져도 어둠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은하수가 보일 때까지, 사랑하는 당신이 보일 때까지 나의 눈물은 별똥별입니다.
다시 어두워져도 당신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무도 오지 않은 성당, 별 하나가 기도하는 방으로 옵니다.
어디서 천사들의 기도 소리도 들리고
안개 사이로 별 하나가 내 곁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창 밖에서는 산수유 피는 소리가 들립니다.
한 아이가 두레박을 타고 명왕성에서 내려옵니다.
천사는 땅 아래 숨어 있고 오늘은 그대 희디흰 손을 내가 잡습니다.
살아야 합니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나는 당신과 함께 살아야 합니다.
잊어야 합니다. 눈물, 고통 다 버리고 당신에게 가야 합니다.
용서해야 합니다. 밤이 깊어갈수록 기도하면서 나는 기다려야 합니다.
살아있는 그 날까지 당신을 기다려야 합니다. 사랑해야 합니다.
해와 달이 지나갈수록 우리는 서로 사랑해야 합니다.
오늘 하루도 사는 일에 잠시 눈을 떼고
당신의 은총에 온 마음을 귀 기울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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