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샘물

[묵상글] 아버지의 이름으로

뚜르(Tours) 2010. 12. 16. 01:59
 
아버지의 이름으로
    복음: 마태 21, 23 – 27 규모가 꽤 큰 단체가 파행을 거듭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본 적이 있습니다. 파행의 가장 큰 원인은 구성원 간의 분열이었습니다. 주도권 획득을 위해 벌이는 두 세력 간의 다툼은 그야말로 이전투구泥田鬪狗였지요. 진흙탕 속에서 개 두 마리가 서로 물어뜯으며 뒹구는 모습과 어찌 그리 흡사하던지요. 분열의 가장 큰 원인은 그릇된 권한의 행사였습니다. 권한, 권위란 단어 앞에서 가장 먼저 오르는 생각은 어떤 것인가요? 너무나 오랜 세월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 많은 고초를 겪어서인지 거부감, 부담감, 껄끄러움 등 부정적 느낌이 먼저 떠오릅니다. 이러한 권위가 교회 안으로 들어오면 좀 더 특별한 색채를 지니게 됩니다. 교회 안에서 행사되는 권위의 원천은 한 개인이나 집단에 근거하지 않습니다. 교회 안에 통용되는 권위는 오로지 예수님을 통해 드러난 하느님 아버지의 뜻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권위는 이웃 사랑의 실천을 위한 것이었지요. 가난한 우리에게 은총의 선물을 나눠주기 위한 권위의 행사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분의 일거수일투족은 오로지 ‘아버지의 권한으로’ ‘아버지의 이름으로’ ‘아버지의 뜻에 순명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조금이라도 뭔가 권한이 주어지거나 역할과 책임이 주어진다면 그건 내 것이 아님을 기억해야겠습니다. 공동선을 위해서 쓰라고, 하느님 아버지의 영광을 드러내라고, 아버지의 이름으로 사용하라고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부여하신 선물임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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