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구읍의 사람이란 곱고 덕스럽게 늙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또는 배움이 부족해서 현명한 사람의 깊은 뜻을 전혀 헤아리지 못하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신서(新序) 잡사편(雜事篇)>에 전한(前漢)의 학자 유향(劉向)이 지은 글 중에 나오는 이야기다.
제(齊)나라 환공(桓公)이 맥구(麥丘)라는 지방에 사냥을 나갔다가 곱게 늙은 한 노인을 만났다.
노인의 외모에 흥미를 느낀 환공이 나이를 물으니 여든세 살이라고 하였다.
이에 감탄한 환공이
“그렇게 장수하였으니 좋으시겠다.
그대의 장수(長壽)한 수명으로 나를 위해 기도해 줄 수 있겠는가?”
그러자 노인이 다음과 같이 축원하였다.
“주군께서 무병장수(無病長壽)를 누리게 하소서 돈이나 옥은 천한 물건이고 사람은 귀한 존재입니다”
라고 축원했다.
이 말에 환공(桓公)은
“참 좋은 말이다.
참으로 덕이 있는 사람은 외롭지 않다.
나를 위하여 다시 한 말씀을 더 해줄 수 없겠는가?”
라고 물었다.
노인은 다시 축원하였다.
“주군께서 배우는 일을 즐겁게 여기시고 아래 사람들에게 묻는 것을 싫어하지 않게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또 현명한 분은 항상 곁에 충언하는 사람을 가까이 있게 합니다”
이에 환공은
"옳은 말이다.
참으로 덕이 있는 사람은 외롭지 않다.
다시 한 말씀 더 해 주시오”
“예, 한 말씀 더 올리겠습니다.
주군을 축원합니다.
주군께서 신하와 백성들에게 죄를 짓지 않도록 해 주십시오”
고 하자, 이 말에 환공은 안색을 바꾸고 화를 내며 말했다.
“내가 알기로는 자식이 부모에게 죄를 짓고 신하가 군왕에게 죄를 짓는다는 말은 들었지만, 군주가 신하에게 죄를 짓는다는 말은 일찍이 듣지 못했다.
지금 한 말은 먼저 말한 두 가지 축원과는 다르니 고치시오”
라고 말했다.
그러자 노인은 앉아 절을 하고 일어서며 말했다.
“이 말은 앞의 두 말에서 근거하여 자라난 것입니다.
자식이 부모에게 죄를 짓는 것은 주변에 있는 친척 때문이고
신하가 군주에게 죄를 짓는 것은 주위의 그릇된 신하 때문인데
모두 오해를 풀어 죄를 용서해 줄 수 있습니다.
옛날 걸왕(桀王)은 탕(湯)에게 죄를 지어 나라를 잃었고
주(紂)는 무왕(武王)에게 죄를 지어 나라를 잃었습니다.
이것은 군왕이 신하에게 죄를 진 것으로 오늘날까지도 용서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말을 듣고 환공(桓公)은 크게 기뻐하며 노인을 수레로 모시고 돌아와 예를 극진히 하였다.
이 이야기에서 볼 수 있듯이 ‘맥구하였다’란 말은, 올바르고 슬기로운 사람을 바른 길로 인도할 수 있는 노인임을 뜻한다.
장자(莊子)의 이야기에 보면 천하에 군림하는 제왕(帝王)이라 하더라도, 자기 마음대로 천하를 다 차지하고 제 멋대로 할 수는 없다고 하였다.
알고 보면 자기 한 몸을 겨우 지탱할 뿐이라고 했다.
천하를 다스리는 것은 제왕의 힘과 위엄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어진 신하와 부지런하고 순박한 백성들이 있어서 잘 따라 주기 때문이다.
뱁새가 큰 숲속에 산다고 하여 그 숲 전체를 마음대로 가지는 것이 아니고, 겨우 나뭇가지 하나에 의지하고 산다.
이와 마찬가지로 두더지가 큰 강물에서 물을 마신다고 하여도, 그 강물을 전부 먹을 수는 없다.
겨우 자기 한 몸을 지탱할 정도 밖에 먹지 못 한다.
국가의 권력자가 자기의 임기 중에 모든 일을 자기 마음대로 다 이룩하려고 하다가는, 국민들이 고달파지고 국민이 고달파지면 치적이나 성과보다는 원성이 더 클 것이다.
국민의 작은 소리라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이것은 전해져 내려오는 역사가 산 증인이다.
동암 우성영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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