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西古今

불안(不安)의 힘

뚜르(Tours) 2011. 5. 10. 23:56

 

인도에는 원숭이들이 떼를 지어 모여살고 있는 절이 많다.
그 중 한 사원에는 주위 경관이 좋은 사원으로도 유명하지만, 많은 원숭이들이 떼를 지어 모여 살고 있기 때문에 이 원숭이들의 재주와 묘기를 즐기면서 원숭이들에게 직접 먹이를 주는 재미로 많은 관광객들이 모여들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원숭이들이 점점 죽어가 숫자가 줄어들고 원숭이들의 재롱도 사라져버렸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문제는 이 원숭이들이 관광객들이 재미로 주는 기름진 먹이로 인하여 살이 찌고 병이 들기 시작했고 뚱뚱해진 원숭이들이 활동을 멈춰버린 것이었다.
인간에게 비유하면 비만에다 당뇨병 같은 성인병에 걸려버린 것이다.
 

인간은 원래 편하고 안락한 것을 추구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안락함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안락 속에는 이 원숭이들처럼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불안이나 긴장은 신체적 안전에 위협이 되지만 실제적인 위험에 대한 반응으로 생기는 공포와는 구별된다.
일상생활에서 어느 정도 불안이 나타나는 것은 불가피하며, 이것은 정상적이다.
과도한 스트레스와는 다른 ‘건전한 긴장감이나 불안감’은 새로운 동기를 불러일으키는 방아쇠 역할을 한다.
성공은 불안 속에서 잉태한다.
한번 성공했다고 해서 거기에서 멈추고 만다면 절대 안전지대가 아니다.
 

‘로마인 이야기’ 저자 시오노 나나미가 이야기했듯이 번영 뒤에는 쇠퇴기가 있게 마련이고 쇠퇴하는 개인이나 조직 국가에게는 반드시 그럴만한 이유가 존재 한다.
편안함이나 안락 속에서는 위험의 독소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기 73년 로마제국이 이스라엘을 멸망 시켰을 때, 로마 시내에는 개선문이 세워지고 로마제국은 유대인에 대한 승리를 축하하는 금화를 만들어 냈다.
그 화폐에는 라틴어로 유대인을 쳐 부셨다는 “유데아 데비크타”라는 글자와 함께 기고만장한 로마병사의 발아래 무릎을 꿇고 있는 유대인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패배의 쓴 잔을 마신 유태인들은 이때부터 전 세계로 흩어져 유랑민이 되어 불안한 세상을 살아가야만 했다.
그러나 승리의 달콤한 술에 취했던 로마인들은 화려했던 천년의 역사의 뒤안길에 있지만 유태인들은 나라도 없는 불안한 가운데 세계 곳곳에 살아남아서 오늘날 자연과학, 사회과학, 국제정치 등 모든 인간 활동에서 눈부신 업적을 거두었고, 역사상 가장 많은 창조적 인재를 배출하여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민족으로 손꼽히고 있다.
그 예로 유대인은 현재 세계에 1천 3백만 명으로 세계인구의 0.2%에 불과하지만 노벨상에서 경제65%, 의학23%,물리22%, 화학12%, 문학 8%의 수상자를 배출하였고 미국의 유태인들은 전국 평균소득의 2배 이상이며 인구의 2%에 불과하지만 부호상위 24%를 유태인들이 차지하고 있다.
 

한 조사에 의하면 기업들의 샐러리맨들은 2/3정도는 언제 그만두어야할지 불안하기만 하다고 한다.
이 와중에서 ‘신이 내린 직장’을 뛰어넘어 ‘신도 부러워하는 직장’까지 등장하였다.
기업에서는 삼팔선이니 사오정이니 하면서 상시 구조조정을 계속하여 직장이 불안해지자, 철 밥통 근무조건을 가진 공공기관이나 공무원 같은 조직을 일컫는 안전지대로,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며칠 전 필자는 공공기관 신입사원 면접에 참여한 일이 있다.
신입사원 면접이라지만 인턴으로 열 명을 뽑고 6개월 근무한 뒤에 그중 일부만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악조건이었다.
놀라운 일은 인턴 열 명을 뽑는 채용시험에 2700명이 응시하여 필기시험, 영어면접까지 통과한 40명이 최종 면접의 대상이었다.
최종 면접에 응한 이들은 소위 스카이 대학이 대부분이었고 영어 토익 점수도 대부분 900점을 넘는 우수인재 들이었다.
공공기관이 아무리 안전지대라고 하지만 인턴사원 뽑는데 270:1의 인재들이 득실거린다는 것은 너무 심각한 쏠림 현상이다.
공시족이 생기고 모든 공공기관에 취업률이 수백 대 일이 되고 있는 반면 일자리가 불안하다는 중소기업엔 일손이 태부족이다.
이처럼 안전지대라고 할 수 있는 공공기관이나 대기업만을 찾는 젊은이들이 많다보니 청년 백수가 백만명을 넘는 사회적 불안이 거꾸로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머리 좋고 젊은 사람들이 창의적이고 미래를 개척하는 도전적인 일에 청춘을 불태울 생각을 하지 않고, 안주와 편안함을 추구하는 쪽으로 쏠리고 있는 것이다.
불안감에 도전하지 않고 안전만을 ?아 질주하는 이런 사회적 현상은 어쩔 수 없는 사회적 현상이기는 하지만 익숙한 안전지대는 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꼭 명심할 필요가 있다.
‘불안의 힘’은 안전지대로 가기위한 가장 큰 힘이다.
성공은 변화와 도전 같은 ‘불안’이라는 DNA를 먹고살기 때문이다. 
 
                
                 김찬규  /  펀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