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西古今

산과 인생

뚜르(Tours) 2011. 6. 14. 16:52

1. 산에도 길이 있다.

먼 곳에서 보면 그게 그것처럼 보이지만 산에도 길이 있다.
산을 몇 번이나 오르면 길눈이 트일까?
인생을 몇 년이나 살면 삶의 길눈이 트일까?
동네 길이 훤한 사람도 산길은 어두울 수가 있고, 산길에 밝다고 해서 인생길까지 훤한 것은 아니다.


2. 산길은 올라 갈수록 힘 들다.

체력은 떨어지고, 바람은 거세지고, 경사는 급해지며, 마실 물은 줄어들고, 산소는 부족해 진다.
모든 어려움이 함께 머무는 곳, 그곳이 바로 정상이다.
그런 점에서 인생과 산행은 정말 비슷한 게 많다.
많은 위인들이 겪어야 했던 좌절과 고통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행여 어렵고 힘든 지경을 만나면 인생의 정점에 가까워졌다는 신호로 받아 들일 필요가 있다.

 

3. 산에 오르기는 힘들고 산을 내려 가기는 어렵다.

산에서 다치는 일은 대부분 내리막 길에서다.
오를 때는 힘만 뒷받침 되면 충분하지만 내리막에서는 힘만으로 되지 않는다.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4. 힘든 산길에서는 노래를 부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사람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밭을 매거나 길쌈을 할 때 노래를 부르곤 했다.
아마도 힘들다는 생각을 잊고 싶기 때문이리라.


5. 산에서는 자기 페이스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남의 보폭에 맞추거나 속도를 따르면 쉬 피곤해 질뿐만 아니라 산에서 맛 볼 수 있는 즐거움이 달아나게 마련이다.
인생살이에서 자기 페이스를 지키고, 자기만의 스타일을 갖는 일은 중요하다.
뱁새에게 황새 걸음을 걷지 말라는 교훈은 이래서 만들어 졌으리라.


6. 산길이 힘들어 보여 빙 돌아서 간다면 그 길은 쉬울까?

산길은 어디로 가도 비슷하게 힘들다.
힘들어 보이는 길 일지라도 정면으로 승부를 거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미국의 무료 양로원에서 외로운 노후를 보내는 노인들에 대한 통계는 우리에게 생각할 과제를 던져 준다.
그들은 젊은 시절 어려운 일을 만날 때마다 정면승부를 거는 대신에 그것들로부터 도망치면서 살았다는 것이다.
익사가 무서워 물가에 가지 않았다던가, 부상이 두려워 스케이트를 배우지 않았다는 식이다.


7. 산에도 지름길은 있다. 그러나 산행에 왕도는 없다.

헬기를 타고 정상에 내린다면 그것을 누가 산행이라 이르겠는가?
인생에도 지름길은 있다.
그러나 인생에 왕도는 없다.
타고난 성품, 투입한 노력, 길러진 실력만이 성공의 비결이다.
누구의 줄을 타고 손 쉽게 출세를 하거나, 누구의 후광으로 한 자리를 차지한다면 마음이 떳떳할까?
마치 헬기를 타고 정상에 내린 등산객처럼 멋적지 않겠는가.


8. 지혜로운 사람은 미리부터 산행을 대비한다.

산에 오를 체력, 가는 곳에 대한 정보, 산행에 필요한 물자, 함께 할 동반자를 미리 준비한다.
지혜 없는 자는 무모하게 산을 오른다.
아무 준비도 없이, 무턱대고 오른다.
산에서 사고를 당하는 경우는 대부분 무모한 출발 때문이다.
하루 이틀의 산행에도 계획과 준비가 필요하거늘, 한 평생을 사는 인생 길에 계획과 준비가 필요함은 재론할 여지가 없으리라.


9. 산행은 계산대로 되지 않는다.

계산과는 달리 의외의 결과가 나오는 것이 세상살이요, 산행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얄팍한 셈 틀로 수없이 많은 계산을 한다.
거래를 할 때는 물론이고 심지어 우정과 사랑에도 계산은 배제되지 않는다.
그런데 결과가 항상 계산한 대로 나오던가?


10. 짐이란 많든 적든 역시 짐이다.

많은 짐을 지고 산에 오르는 사람이나 작은 짐을 지고 산에 오르는 사람이나 힘 들기는 마찬가지다.
능력 있는 사람에게나 능력 없는 사람에게나, 부자에게나 가난한 사람에게나 인생길이 비슷하게 어렵듯이.
그러므로 내 짐만 유독 무겁다는 생각을 버릴 수만 있다면 인생 길의 불행은 꽤 많이 덜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말한 이가 베토벤이었던가.
“불행이란 이상스러운 것이어서 사람들이 그것을 이야기 할수록 불행은 점점 커진다.”


11. 산행은 앞서거니 뒷서거니의 연속이다.

출발 시점이 비슷한 사람끼리는 산에서 앞서거니와 뒷서거니를 반복한다.
그러다가 산을 내려오는 시각은 거의가 비슷하다.
직장생활에서도 이런 현상은 자주 나타난다.
앞서가던 사람이 뒷사람에게 추월당하는 일도 생기고 뒤처진 사람이 다시 앞으로 나가는 일도 허다하다.
그러나 이들이 직장을 떠나는 것은 거의가 비슷한 시기의 일이다.
그러나 그들이 세상을 떠날 때 보면 생전의 앞섬과 뒷섬의 선후는 아무 의미가 없음을 알게 된다.


12. 가는 길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산행에는 큰 차이가 있다.

길을 아는 사람은 페이스 조절이 가능하기에 덜 지친다.
그들은 속도를 낼 곳과 천천히 가야 할 곳을 구분하며, 힘을 쓸 지점과 힘을 아낄 지점을 분별하므로 힘을 안배할 수가 있다.
그래서 처음 가는 산행에는 경험 많은 안내자가 소중하다.
인생도 마찬가지여서 아마도 인생의 길을 아는 사람을 가리켜 선지식(善知識)이라고 불렀으리라.


13. 산에 오를 때의 짐과 내려 올 때의 짐은 무게에서 큰 차이가 난다.

오를 때는 비상시를 대비하나 내려올 때는 평상시를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체로 올라갈 때의 짐은 꽉 찰 만큼 많아서 묵직한 무게를 느끼게 마련이다.
그러나 한 재 두 재 넘으면서 짐은 조금씩 줄어든다.
하산하여 산의 발 뿌리를 벗어날 무렵이면 대부분의 배낭은 텅텅 비게 된다.


14. 산행에서 최대의 적은 험난한 절벽도, 높은 봉우리도, 깊은 계곡, 사나운 맹수도 아니다.
가장 무서운 적은 허기와 한기다.

인생의 최대의 적은 무엇일까.
역시 허기와 한기가 아닐까.
이 허기와 한기를 빼고 어떻게 인생을 말할 수 있을까?


15. 잘못된 지도 때문에 산길을 헤맨 적이 있는가?

잘못된 이정표 때문에 고생해본 적이 있는가?
서툰 안내인 때문에 산길에서 방황한 적이 있는가?
잘못된 정보는 산행을 훨씬 힘들게 만들고 심한 경우 산행을 아예 망치게도 한다.
우리가 가진 인생길의 지도나 이정표에는 이상이 없는가?
정말 인생의 도움이 되는 안내자를 가지고 있는가?

                          <박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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