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西古今

글로벌 시대에 필요한 가치는 ’다양성’이다

뚜르(Tours) 2011. 6. 28. 14:54

#   1

제2차 세계대전 중, 연합군은 한때 독일 해군과의 전투에서 밀리고 있었다.
독일 잠수함들은 연합군 수송선을 발견하면 근방에 있는 다른 독일 잠수함들에게 암호 통신을 보냈다.
그러면 통신을 받은 잠수함들이 ’이리떼’처럼 몰려들어 연합군의 수송선을 무참하게 공격했다.
연합군측은 독일의 암호 체계를 해독할 수가 없었다.
독일의 암호는 ’Enigma’라는 암호 기계로 만들어졌는데 너무나 어려워 해독이 불가한 암호 체계였다.
영국의 정보부는 이를 해독하기 위해 암호 해독팀을 구성했다.
전통적으로 암호 전문가는 주로 언어학 출신들이 전담했지만 이 팀은 수학자, 과학자, 고전학자, 체스전문가, 글자맞추기 전문가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했다.
마침내 이니그마를 해독하는데 성공했고 그 이후부터 해전의 전세는 반전되기 시작했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로 구성되는 팀은 좀더 독특하고 특별한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확률이 높다.
미국에서 혁신적인 사례를 많이 찾아볼 수 있는 이유를 미국의 다양한 인구 구성으로 보기도 한다.

 
#   2

니혼 게이자이 신문이 발간한 <마음을 유혹하는 경제의 심리학>에 이런 글이 있다.
<일본 나고야의 고메효 백화점은 고가의 고급 브랜드 제품을 판매한다.
특이한 점은 중고품과 신상품이 같은 쇼윈도에 진열되어 있다는 것이다.
고객들은 그때그때 기분이나 경제 사정에 따라 두 가지 중에 적당한 것을 구입한다.
흔들리는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붙잡아 매상을 올리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의 척도는 한 가지가 아니다.
평소에는 동전 한 푼조차 아끼던 구두쇠가 여행을 위해선 펑펑 돈을 써는가 하면,
내가 아는 한 여성은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한다며 가까운 거리는 걸어다니면서도
한 끼 식사를 위해서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값비싼 음식을 찾는다.
이처럼 사람들의 지갑은 때와 장소, 기분에 따라 쉽게 열리기도 하고 꽉 닫히기도 한다.>


#    3

기원전 221년 진(秦)나라는 사분오열된 중국을 최초로 통일했다.
춘추전국시대 초기, 입지나 규모 면에서 보잘 것 없었던 진나라가 어떻게 강대국이던 韓, 魏, 楚, 燕, 趙, 齊나라를 차례로 제압하며 춘추전국시대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을까.
진나라 정부는 인재를 등용할 때 출신 지역이나 배경을 따지지 않고 능력만으로 선발하는 원칙을 고수했다.
진시황의 중국통일 시점부터 거슬러 약 100년 동안 진나라 총리를 지낸 사람은 대부분 타국 사람들이었다.

 

Lego는 신기한 장난감이다.
자동차가 되었다가 다시 조립하면 집이 되기도 한다.
이런 특성이 레고 블록을 최고의 장난감으로 만들었다.
레고의 핵심은 호환성과 다양성이다.
레고 메커니즘은 다양한 개성을 가진 인간들에게 다양한 삶의 방법을 가르쳐준다.
글로벌 시대에 필요한 가치는 다양성이다.
앞으로의 세상에서는 아무리 고집스런 국가들도 문을 열고 교류의 길을 트지 않을 수 없게 되어 있다.
진나라 때와 마찬가지로 다양성을 존중하는 기업과 나라로 세계 각지로부터 유능한 인재가 몰려든다.
그러자면 자기와 다른 생각과 가치기준에 대해서도 용인하고 공존할 줄 아는 문화관습이 정착되어야 한다.
글로벌 시대는 기업과 국민이 국가를 선택하는 시대다.
기업들은 값싼 노동력과 광활한 시장이 있는 곳으로 생산시설과 영업본부를 이전한다.
국민들은 자기 나라 교육환경이 경쟁력을 상실하면 자녀들을 외국으로 유학을 보낸다.
다양한 문화와 전통, 다양한 언어와 종교, 다양한 경험과 생각들을 하면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재능도 다르고, 성품도 다르고, 취미도 저마다 다르다.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차이를 존중하는 열린 기업과 국가만이 치열한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차이가 곧 가치인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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