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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나도 몰래 / 이영광

내 마음은 나도 몰래  / 이영광모진 말과 빈말과 거짓말 중에그중에 제일은 거짓말이라입 밖에 낸 그 말 온 세상에초롱초롱 숨어 살고입안에 가둔 말들 살찐 벌레 같아라모진 말과 빈말과 거짓말 중에그중에 제일은 거짓말이라나는 늙어가서 먼 산꼴짜기의마른 나무로 침묵할까오래 초록과 단풍의 진물 흘리리세상 모진 말과 빈말과 거짓말 중에그중에 제일은 한갓 거짓말이니,나는 늙어가서 요양병원 구석의조그맣고 검은 치매 노인 될까울 때 웃고 웃을 때 슬피 울며입 밖의 말 입안의 말 다 잊고,내 입은 침처럼 다른 말을 흘리리내 마음은 나도 몰래 진심을 모아오래된 거짓말의, 거짓말을 흘리리​​- [살 것만 같던 마음],창비, 2024.

이 한 편의 詩 2025.04.08

봄 한철살이 식물

매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들꽃 대여섯 송이가 생사의 기로에 선다.아름다운 들꽃을 짓이기지 않으려고 발 놓을 자리를 신중하게 고르며천천히 한 발짝 한 발짝 디딘다.산 중턱은 녹색과 흰색 천지다.- 데이비드 조지 헤스컬, 산문집 ‘숲에서 우주를 보다’ 중에서어느 곳을 보아도 환합니다.화사하게 보이는 곳에서 웃는 꽃들. 숨어서 수줍게 피는 꽃들.모두 소중한 생명의 봄날입니다.애써 피어난 무리를 아껴주고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우리가 할 수 있는 배려입니다.

가족은 그런 것 같습니다

오래전 제가 고등학교 1학년이었고,동생이 중학교 2학년이었던 시절 이야기입니다.집 근처에 학교가 있어 걸어 다녔던 저와는 달리동생은 학교가 멀어 버스를 타고 통학을해야만 했습니다.그래서 동생은 늘 어머니가 차비를 주셨는데어느 날 동생이 버스를 타지 않고 학교까지걸어가는 모습을 보게 됐습니다.다음 날도 어김없이 동생에게 차비를 주는어머니에게 볼멘소리로 말했습니다."차비 주지 마세요. 버스는 타지도 않아요.우리 집 생활도 빠듯한데 거짓말하는 녀석한테왜 차비를 줘요."하지만 어머니는 먼 길을 걸어 다니는동생이 안쓰러우셨는지 내 말은 아랑곳하지 않고,동생에게 차비를 쥐여주며 말했습니다."오늘은 꼭 버스 타고 가거라!"그 차비가 뭐라고 전 엄마한테왜 내 얘긴 듣지도 않냐며 툴툴대기일쑤였습니다.며칠 후, 학교 갔다..

東西古今 2025.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