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동전 1006개 ~~~~~~~~~~♡

뚜르(Tours) 2012. 3. 31. 07:35
동전 1006개 ~~~~~~~~~~♡




어느 사회복지사님의 글입니다.
조금 긴 글이지만
우리들의 가슴을 적시는 내용입니다

그 아주머니의 얼굴을 보는 순간
나는 흠칫 놀라고 말았다.

얼굴 한쪽은
화상으로 심하게 일그러져 있었고
두개의 구멍이
뚫려 있는 것으로 보아 예전에
코가 있던 자리임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순간 할말을 잃고 있다가
내가 온 이유를 생각해내곤
마음을 가다듬었다.
"사회 복지과에서 나왔는데요 "

"너무 죄송해요.
이런 누추한 곳까지 오시게 해서요,
어서 들어 오세요 "

금방이라도 떨어질듯한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서자
밥상 하나와
장농뿐인 방에서 훅 하고
이상한 냄새가 끼쳐왔다.

그녀는 나를 보더니
어린 딸에게부엌에 있는
음료수를 내어 오라고 시킨다.

"괜찮습니다.
편하게 계세요. 얼굴은 왜 다치셨습니까?"

그한마디에
그녀의 과거가
줄줄이 읊어 나오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 집에 불이나
다른 식구는 죽고 아버지와 저만 살아 남았어요. "

그 때 생긴 화상으로
온 몸이 흉하게 일그러 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사건 이후로
아버지는허구헌날 술만 더셨고
저를 때렸어요.
아버지 얼굴도 저와 같이 흉터 투성이였죠.
도저히 살수 없어서 집을 뛰쳐 나왔어요. "

그러나 막상 집을 나온 아주머니는
부랑자를 보호하는 시설을 알게 되었고
거기서 몇년간을 지낼 수 있었다.

"남편은 거기서 만났어요.
이몸으로 어떻게 결혼을 했냐구요?
남편은 앞을 못보는 시각 장애인이였지요. "

그와 함께 살 때 지금의 딸을 낳았고
그때가 자기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러나 행복도 정말 잠시,
남편은 딸아이가 태어난지 얼마 후
시름시름 앓더니 결국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전철역에서 구걸하는 일 뿐
말하는게 얼마나 힘들었든지
그녀는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의사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무료로 성형 수술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여러번의 수술로도
그녀의 얼굴은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의사 선생님이 무슨죄가 있나요.
원래 이런 얼굴인데 얼마나 달라지겠어요. "

수술만하면 얼굴이 좋아져
웬만한 일자리는 얻을수 있을 거라는 희망과는 달리
몸과 마음에 상처만 입고
절망에 빠지고 말았단다.

부엌을 돌아보니 라면하나
쌀 한 톨 있지 않았다.
상담을 마치고
"쌀은 바로 올라 올거구요.
보조금도 나올테니까 조금만 기다리세요. "
하며 막 이러서려는데

그녀가 장농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를 꺼네
내손에 쥐어 주는게 아닌가

"이게 뭐예요? "
검은 비닐 봉지에 들어 있어
짤그랑 짤그랑 소리가 나는 것이
무슨 쇳덩이 같기도 했다.

봉지를 풀어보니
100원짜리 동전이 가득 들어 있는게 아닌가 ?
어리둥절해 있는 나에게
그녀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하는 것이였다.

" 혼자 약속한게 있어요 .
구걸하면서 1000원짜리가 들어오면 생활비로 쓰고
500원짜리가 들어오면 자꾸 시력을 잃어가는
딸아이 수술비로 저축하고
그리고 100원짜리가 들어오면
나보다 더 어려운 노인분들을 위해 드리기로요.

좋은데 써 주세요.

"내가 꼭 가지고 가야 마음이 편하다는
그녀의 말을 뒤로 하고 집에서 세어보니
모두 1006개의 동전이 들어 있었다. "

그 돈을 세는 순간 내 열 손가락은
모두 더러워졌지만
감히
그 거룩한 더러움을 씻어 내지 못하고
그저
그렇게 한밤을 뜬눈으로 지새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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