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정(情)

뚜르(Tours) 2012. 6. 2. 00:07

 

 

 

 

 

 

저는 주중에 경로식당에서
봉사를 하고 있는 대학생입니다.
벌써 네 달째 해 오다 보니
매일 오는 어르신은 낯이 익지요.

"오늘은 왜 이렇게 늦었어!"

머리가 하얗게 센 할머니 한 분이
또 저를 찾으십니다.
더 이상 연락이 되지 않는 아들과
닮았다면서 항상 손을 잡아주시죠.

이빨이 몇 남지 않은 얼굴로
함박웃음을 지으시면
저도 마음이 찡해집니다.

그런데 이 할머니께서
저번 일주일간 식당에 오질 않으시더군요.
저도 걱정이 되어서
주변 어르신께 사정을 여쭤봤습니다.

"요즘 밥맛이 없다면서
꼬셔도 도통 오지를 않네."

항상 함께 다니시는 할머니께서
고개를 갸웃하시더군요.

그런데 오늘 이 할머니가 다시
식당에 오시더군요.
어찌나 반갑던지.
중풍끼가 남아 있어
온전치 않은 몸짓으로
한발 한발 걸어 들어오시기에
제가 부축해드렸습니다.

"아들이 너무 보고 싶어서 왔지 뭐."

씨익 웃으시는데
저도 마음이 놓였습니다.
어느 새 저도
할머니와 가족처럼 정이 들었나 봅니다.

- 윤태섭 님-

                                                                                 

情은

느릿느릿

소걸음으로 쌓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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