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전으로 죽는 사람의 수는 운전사고로 죽는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은데도 사람들에게 혈전에 관해서 잘 알려지지 않았다. 내가 시카고에서 왕복 23시간 너머 비행기 여행으로 한국에 다녀오는 동안 책을 읽는 일에 몰두하여 비좁은 의자에 벨트로 묶여 있었다. 다녀온 후에 곧 산 프란시스코에 다녀왔다. 다음 날 저녁, 직장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왼쪽 다리가 불편했다. 저녁상을 차려놓고 기다리던 아내가 발을 절어 걷는 나를 보고 수상히 여겼다. 의사 생활을 30여 년 지낸 아내는 나의 부은 다리를 보고 “저녁 먹지 말고 병원에 가자.”고했다. 평생 운동을 즐겨서 많이 다쳐본 나는 대수롭지 않는 듯, “배고프니 저녁 먼저 먹고 가자.”고 했으나 아내의 서두는 의견을 돌이킬 수 없었다.
응급실에 도착하자마자, 의사들과 간호사들은 나를 곧 죽을 환자처럼 서둘러 모든 의료장비를 동원하여 치료를 시작했다. 혈관 안에 혈전을 녹여내는 과정을 진행하면서 두뇌, 심장, 허파, 등에 혈전이 침입했는지 시간을 다투어 정밀한 검사를 진행했다. 다행히 아랫배와 허벅지 사이 정맥에 축적되어 아직 상체에 유입되지 않은 상태에서 치료했기에 치명적인 상황에서 피할 수 있었다고 의사들은 안도하는 듯 했다. 사흘 후에 퇴원하였다.
집에 온 지 이틀 되어 다시 붓고 응급실에 돌아가서 같은 치료를 반복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정맥 하부에 작은 우산 모양의 그물을 설치하여 혈전이 상체에 오르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한다. 그 그물이 제 기능을 못하면 혈전이 뇌에 들어가 뇌졸중을, 심장에 들어가 심장마비를, 허파에 들어가 폐혈전을 일으켜 치명적인 병이 된다고 한다. 의사는 내가 대동맥 안에 그물을 설치하는 예방 방법에 관해 걱정함을 보았는지, 나에게 “골프를 치느냐?”고 물었다. 나는 “반평생 골프 치며 살았다.”고 대답하자, “벤호간이 같은 치료를 받은 후에 세계의 선수들 시합에서 여러 차례 우승했다.”고 안심을 시켜주었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죽음을 만나보는 순간을 겪었다. 매일 할 일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내 인생을 뒤에 두고 떠나가는 고독한 순간을 느끼는 듯했다. 남기고 가는 빈 하늘에 별들이 빛을 잃고 어디로 갈 줄 모르고 방황하는 듯 막막했다. 가족을 위해서 하려고 했던 일들, 그리고 내 전문 분야에 하고 싶었던 일을 마치지 못한 채 내려놓고 떠나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연약함에 슬픔마저 느꼈다. 그러다 “끝났어요.“하는 마취의사의 음성이 귀에 울려 깨어났다.”감사합니다.“하고 기도하며 태양을 다시 찾아 빛을 보는 듯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아내가 나의 목숨을 구해준 것이다. 거의 10년이 지난 오늘도 아내에게 감사하며 살고 있다.
수년 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운동경기를 마치고 오는 영국의 젊은 올림픽 선수가 런던공항에 도착한 후에 비행장 건물 안에서 갑자기 쓰러져 죽었다. 혈전의 피해자로 판명되었다. 얼마나 많은 건강한 사람들이 젊은 나이에 심장마비, 뇌졸중, 폐혈전으로 갑자기 목숨을 잃은 무서운 병인데도 아무 예방 없이 주위에서 수없이 갑작스럽게 죽어가고 있다.
혈전은 발과 발목 주위 혈관 안에서 피가 순조롭게 순환되지 못하고 응결되었다가 정맥 안에 혈류를 따라 윗몸으로 올라와 뇌, 심장, 허파에서 치명적인 병을 일으키는 현상이다. 발병 즉시 치료받으면 회복할 수 있지만 몇 시간만 지나도 생명이 위태로워진다. 치료한 후에도 피가 다시 응고하지 않도록 계속해서 피를 묽게 하는 약을 복용해야 한다.
혈전은 사람이 아직 짐승이었을 때 네발로 기어 다니던 인체의 생리가 수백만 년 전부터 직립보행하면서부터 나타나는 질병들 중의 하나라고 한다. 인체의 가장 낮은 곳이며 심장에서 가장 멀리 있는 발목에 순조로운 혈액순환을 하려고 심장은 더욱 힘을 들여 일해야 한다. 그래서 혈압이 오르기도 한다. 걷는 운동은 다리와 발의 근육이 혈액순환을 도와주기에 매일 정규적으로 해주면 좋다. 더욱 확실한 예방 방법은 다리 높이고 잠자는 습관이다. 잠자는 동안 다리를 약 15cm 높게 다리 베개를 바치고 잠들면 발에 고였던 피가 쉽게 심장으로 돌아와 허파와 간에서 묽어져 깨끗해진다고 한다.
태어나고, 만나고, 해어지는 순간이 우리 삶의 모든 것을 바꾸어 놓은 경우를 볼 적마다 나는 한순간을 위해서 한평생을 준비하며 살아가는 연약한 내 자신을 생각해본다. 좋은 생각은 좋은 말과 행동을 낳고 반복된 행동은 좋은 습관을 만들어 운명을 결정한다는 옛말을 다시 기억하며 나는 친구들과 좋은 생각을 나누어본다.
최용완 / 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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