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역사를 보면 영웅호걸이나 최후의 승리를 얻은 인물들의 공통점은
명분과 자존심에 목숨을 건 사람이 아니라 남보다 더 두꺼운 얼굴과 검은 마음을 가지며
자기가 하고자 했던 일에 몰입했던 사람이었습니다.
한고조 유방은 비굴하였지만 천하를 얻었고, 삼국지의 조조는 간계에 능하였으나 최후의 승리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최후의 승리자의 모습은 우리가 상상하듯이 젊잖고 명분에 죽고 사는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승리를 위해서 명분과 의리가 아니라 간계와 실리를 강조하는 학문이 후흑학厚黑學입니다.
후厚는 두꺼운 얼굴을 말합니다.
흑黑은 검고 깊은 마음을 의미합니다.
두꺼운 얼굴을 방패로 삼고 검은 마음을 창으로 삼아 난세에 생존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철학은 청나라 말기 지식인이었던 이종오李宗吾가 처음 제기한 이래 지금도 대만과 중국 대륙에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중국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체면과 자존심을 강조하는 유교적 명분주의도 알아야 하지만
좀처럼 자신의 모습을 남에게 보여주지 않고 오로지 실리와 현실을 중요시하는 후안과 흑심의 마인드도 이해해야 합니다.
’대장부는 굽히고 펴는 데 능해야 한다’
중국의 이 속담 역시 상황에 따라 목표의 달성을 위하여 상대방에게 무릎을 꿇거나 굽힐 수도 있고,
때로는 협박할 수도 있는 두꺼운 얼굴과 시커먼 마음의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자존심, 동정, 명분.
참으로 중요한 덕목입니다.
그리고 영원히 변치 않는 오래된 진실입니다.
그러나 남의 눈치와 평가에 연연하여 정작 중요한 결정을 못하거나
상대방을 동정하는 감상주의에 얽매여 목표에 대한 열정과 용기를 잃어버리고 있는 분이라면
이 후안흑심厚顔黑心의 긍정적인 면을 한번 생각해 보아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남의 평가에 연연하기보다 두꺼운 얼굴로 자기 중심을 찾는 사람이 아름답습니다.
박재희 지음 <3분 古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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