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西古今

세상에 흠 없는 사람이 있으랴

뚜르(Tours) 2012. 10. 29. 08:51

 

쥐 때문에 골머리를 썩히고 있던 사람이 중산이라는 곳에서 고양이 한 마리를 가져왔다.
그런데 이 중산의 고양이는 쥐를 잘 잡기도 하지만 닭을 잡아먹기도 좋아했다.
한 달이 지나자 집안의 쥐가 모두 사라지긴했지만 닭도 모두 잡아먹어 버렸다.
아들은 이 중산 고양이를 버리자고 아버지에게 말했다.
아버지가 이렇게 말했다.
"우리 집의 우환은 쥐 때문에 생긴 것이지, 닭이 없음으로 해서 생긴 것이 아니지 않느냐.
쥐는 우리집 양식을 축내고, 벽에 구멍을 내며 온집안을 어지럽혔다.
비록 닭이 없어 닭고기와 계란을 못 먹을지언정 춥고 배고픈 것보다야 백 배 낫지 않느냐.
잘 생각해 보거라. 그래도 중산 고양이를 쫓아 보내야 하겠느냐?"



부분적인 일에 신경을 쓰다보면 큰일을 그르치기 쉽다.
무릇 일을 처리함에 있어 전체적인 득실을 따져 보아야 한다.


유방이 강적인 항우와 겨룰 때의 일이다.
싸움터에 양곡을 보급하고, 후방을 맡아 책임질 적임자를 구하던 차에
소하라는 인물을 추천 받게 되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소하란 자는 자기 형수를 겁탈하고 도주해온 자이며,
남의 대금을 횡령한 패륜배신의 경력을 가진 자라는 것이었다.
이에 유방은 그를 추방하기로 하였다.
이것을 안 장량은 유방에게
"폐하가 지금 찾고 있는 인물은, 군대의 양식을 끊기지 않고 싸움터에 보급하며,
후방의 백성을 진무할 수 있는 능력자입니다.
소하가 한번 잘못하였다고 하여, 그를 버린다는 것은
인재를 적에게 주는 결과를 가져 올 뿐만 아니라,
폐하의 꿈은 수포로 돌아가고 말 것입니다.˝라고 아뢰면서 만류했다.
유방은 장량의 말을 받아들여 소하를 용서하고, 중용하게 되었다.
쓰고보니 과연 그대로 실력을 발휘하여, 8년 전쟁에 한 번도 군량을 끊는 일 없이 잘 보급하여, 유방이 한나라를 창건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세상에 결점이 없는 완벽한 사람을 찾기란 불가능하다.
어찌 작은 결점 때문에 용도가 큰 인재를 쉽게 포기할 수 있겠는가.


폴 존슨은 유명인사들의 위대한 명성 뒤에 가려진 이중성을 고발하고 있다.
비판대에 오른 사람은 다양하다.
공산주의 사상의 대부 칼 마르크스, 세계적 문호 톨스토이, 작가 헤밍웨이, 철학자 러셀,
실존주의철학자 샤르트르, 소설가 조지 오웰 등 이름만 대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저명한 사람들이다.



“자본가의 불법행위와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연구를 한 마르크스도, 그의 집안 청소와 요리를 도맡아 했던 가정부에게 동전 한푼 주지 않았다”고 그는 주장한다.
톨스토이는 사창가를 드나들면서도 ‘여성과의 교제는 사회악’이라 주장했다”고 말한다.
프랑스의 대표적 교육사상가로, 인간의 존엄함을 역설한 계몽주의자, 장 자크 루소는
“아이 양육과 교육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평소 역설했지만 그의 생활과 주장은 달랐다.
그는 33세의 나이에 23세의 테레즈를 연인으로 삼았다.
그는 테레즈가 낳은 아이에게 성도 이름도 주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낳은 아이 5명의 생년월일을 기록하지도 않았고,
그 아이들이 훗날 어떻게 됐는지 관심을 갖지도 않았다.


세상에 흠결이 없는 사람이 과연 있겠는가?
죄 있는 자라고 하여 돌로 친다면 그를 죽이고 말 뿐이나, 용서를 하여 그의 마음을 얻는다면 더불어 좋은 세상을 열어갈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우리는 여기서 배운다.

 

/박영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