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西古今

가불 인생(假拂 人生)

뚜르(Tours) 2013. 1. 2. 11:05

#    지방자치단체들이 호화청사를 경쟁적이다 못해 막무가내식으로 짓고 있습니다.
재정자립도가 20%를 밑도는데도.
인구가 1만7000명뿐이어도.
年예산의 최고 50%를 투입하는 곳도.
후진국도 아닌 나라에서 공공기관 건물이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을 한다는 것은 소가 웃을 노릇입니다.
이런 지방자치단체(장)들을 감시감독해야 할 지방의회(의원)들도,
적자투성이에 재정자립도가 20~30 %를 맴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기네들 세비 올리기에는 한 마음이 되어 열을 올리고들 있으니.....


그리고 축제는 왜 그렇게 많은지요?
1년 내내 전국 방방곳곳에서 비슷비슷한 축제가 경쟁적으로 열리고 있는데 하나같이 알맹이는 없는 것 같고.
어느 외국인이 그럽디다.
’한국은 축제의 나라’라고.
얼굴이 달아올랐습니다.

 

#    며칠전 집앞 수리고등학교에서 가을운동회가 열렸습니다.
아침부터 마이크 소리가 귀창을 찢어댔습니다.
담장을 사이에 두고 초등학교가 있습니다.
마이크를 잡고 진행을 하는 건지 호통을 치는 건지 분간을 할 수 없었습니다.
오전 내내 잠시도 쉬지 않고 떠들어댔습니다.
아파트에 있는 내가 시끄러워 신경이 곤두 섰는데 바로 앞에서 공부하는 초등학교 학생들은 어땠을까요?
남(초등학교와 아파트 주민)들에 대한 배려는 눈꼽만치도 없었습니다.
그런 선생 밑에서 배우고 자란 학생들이 사회에 나와서 ’어떻게 할지’는 불문가지입니다.
그런데 운동회는 오전에만 하고 끝났습니다.
그날은 토요일도 아니고 평일이었습니다.

 

#    대학생 수백 수천명이 대로를 점거하고 <등록금 반값 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그걸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면 나머지 반은 어떻게 해야하나?’
’등록금을 깍아야 하나? 그러면 가르치는 선생과 교직원들의 봉급을 깍아야 하는데...’
’그들도 살아야 하는데....’
’그들도 학교에 다니는 자녀들이 있을텐데.....’
’정부 예산으로 충당하라는 건가?’
’정부예산은 공짜가 아닌데...’
’정부 돈에는 대학 못 간 (안 간) 사람들이 낸 세금도 들어있는데....’
’대학 못 간(안 간) 그들이 왜 대학 다니는 사람들을 위해 돈을 물어야 하나?’

 

무상, 분배, 선심....을 선동하고 찬동하는 시민단체들이나 정치인들,
명분도 있고 그럴듯 해 보입니다만, 그렇게 하다 보면 재정은 늘어나고 급기야는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은 불문가지 입니다.
그네들중에는 세금을 내 본 적이 없거나 세금을 낼 능력이 없는 허깨비같은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선동하고 찬동하는 그들은 세부담을 하지 않을런지는 모르겠지만 다음 세대가 떠안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직시해야합니다.
반값등록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돈 - 등록금 중 내지 않을려는 나머지 반 - 은 결코 공짜일 수 없습니다.
가까운 미래에 공짜돈 받을려는 대학생 자신들이 (세금으로) 떠안아야하는 부담입니다.
소위 가불假拂인 것입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잘 모를테지만, 옛날 못 먹고 못 살던 시절, 월급쟁이들은 가불로 한 달씩을 살았습니다.
우리집사람은 아직도 옛날 <가불 인생 시절>을 떠올리며 나를 놀리곤 합니다.)


우리는 지금 유럽의 많은 선진국들이 재정파탄으로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면서도 ’남의 일이거니..’ 하며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고 있습니다.
이러면 안됩니다.
우리 한국이, 한국인들이 보릿고개를 넘긴 지가 50년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벌써 잊었단 말입니까?
정신들 차리십시다.
늦기 전에.
벼랑으로 떨어지기 전에.

박영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