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西古今

인간 조건

뚜르(Tours) 2013. 1. 8. 07:40

연말을 맞으며 1년이란 세월의 의미를 생각해보자.
1년은 인간이 정한 시간 단위가 아니고 우주 운행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한 바퀴 도는데 걸리는 시간이 1년이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타고 커브 길을 회전할 때 느끼는 것처럼
모든 곡선운동은 원심력을 낳고 원심력은 궤도이탈의 위험이 된다.

지구는 시속 107,460㎞라는 놀라운 속도로 태양 주위를 회전하는데도 궤도이탈이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태양이 중력이라는 힘을 작용하여 지구의 원심력과 균형을 이루어주기 때문이다.
이 균형이 아니라면 지구는 궤도를 이탈해 우주 속 미아가 되든지 태양 속으로 끌려 갈 것이고,
우주 속 온도는 섭씨 -270도, 태양표면 온도는 6000도이므로 어느 경우가 되든지 인간의 운명은 끝장난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이 넓은 우주 속에 오직 지구에만 생명이 존재한다.
그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우주는 중력과 원심력의 균형 같은 신비로운 법칙을 만들어 놓았으니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물론 우주는 인간에게 고맙다는 인사조차 요구하지 않는다.


그러나 `생각하는 갈대` 인간은 그의 생존기반이 되는 우주, 국가, 직장, 고객, 가족 등 한없이 얽히는 `고마움` 속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고마움`을 아는 일,
이것이 제1차적 인간조건이 되어야 할 것 같다.
고마움을 인식하는 수준 여하가 그의 인간적 성숙도를 재는 기준이 될 수도 있다.


다음에는 인간이 지닌 능력을 살펴보자.
인간이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시광선 외에도 우리 주위에는 많은 빛이 존재한다.

병원에서 쓰는 X광선도 빛의 일종이고, TV나 라디오, 그리고 휴대전화기가 수신하는 전자파도 빛의 일종이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빛 중에서 인간이 눈으로 볼 수 있는 범위, 즉 가시광선은 불과 5% 정도다.
나머지 95%는 아무리 눈이 좋은 사람도 결코 볼 수 없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빛을 모두 보는 줄로 생각하는 사람은 착각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소리를 듣는 귀는 어떤가?
소리의 본질은 공기의 진동이고 인간의 가청음역은 초당 20에서 2만 사이의 진동수를 내는 음파뿐이다.

이 영역을 벗어나는 음파를 초음파라 하는데 일부 동물들은 인간이 못 듣는 초음파를 듣는다.
개는 진동수 3만8000까지 들을 수 있고, 박쥐는 9만8000, 돌고래는 20만까지 들을 수 있다고 한다.
또 병원에서 쓰는 초음파 진단기는 수 백만의 진동수를 내고 있으니 인간의 귀는 주변에 존재하는 음파의 1 %도 못 듣는 셈이다.
또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부하는 인간의 판단력은 어떤가?
태양이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진다는 사실만 보고 인간은 무려 1500년 동안 천동설을 믿어온 어리석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과학이 발달한 오늘에도 우주 구성의 65%를 차지하고 있는 진공에너지(dark energy)의 정체가 무엇인지 아무도 모르고 있다.

제2 인간 조건으로 `겸허`를 들어야 할 것 같다.
겸허의 반대개념은 오만이고, 외환위기 때 기업이 겪은 위기의 대부분은 경영자의 오만에서 기인했고,
9ㆍ11 테러사건은 미국정치의 오만에서 왔다고 말할 수 있다.


금년 대선에서 당선된 지도자는 권력의 오만에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

윤석철 / 서울대 교수ㆍ경영학

'東西古今'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고의 유산!  (0) 2013.01.10
부자로 삽시다.  (0) 2013.01.09
내 성공의 75%는 목표설정!  (0) 2013.01.07
세대갈등, 젊은 세대에게 불리하다  (0) 2013.01.06
삶의 질은 생각의 질이 결정한다   (0) 2013.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