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는 젊은 유권자들이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지만
앞으로는 정치의 향방이 노인들의 손에 달려있다.
노인들의 복지가 지금보다 휠씬 향상되지 않으면 고령자들의 정치집단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현재 미국에는 노인 복지 관련 시민단체가 1,000여 개에 달한다.
그 중에서도 1958년에 결성된 AARP(미국은퇴자협회)가 가장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그들의 노력으로 1994년 미국 정부의 모든 직종에서 연령차별을 금지하는 법률을 공표했고
최근에는 메디케어 법안(노인의료보험법안)을 통과시켰다.
AARP는 현재 3,500만 명의 회원을 갖고 있는 미국 최대의 NGO로서
150명의 전문 로비스트들이 의회 등에서 정책 입안을 위해 뛰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노인들의 복지에 무관심한 정치인들은 입지의 여지를 잃은 지 오래다.
우리나라에는 AARP를 벤치마케팅하여 출범한 대한은퇴자협회(KARP)가 있다.
지난 1996년 미국 뉴욕에서 시작하여 활동하다 2002년 1월 15일 한국에서 창립기념식을 갖고
본격적으로 활동에 들어간 비영리(NPO), 비정당(NPS), 비정부(NGO)기구이다.
AARP에 비하면 아직 미약하기 짝이 없지만, 이미 UN에 등록을 마쳤고
40대 이후의 장년이면 누구나 회원이 될 수 있는 만큼 우리나라의 놀라운 고령화 속도를 감안할 때
아주 가까운 장래에 결코 무시 못할 단체가 될 것임은 이미 정해진 사실처럼 보인다.
이 협회가 힘을 얻게 되면 선거에서 정치적 권력을 휘두르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지금 AARP가 하고 있듯 이 연금수령 연령을 높이는 법률안을 저지하는 일 등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1,000만 표만 얻으면 대통령에 당선되는 상황에서 500만 명에 가까운 노인 유권자들의 표는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대한노인회의 주장은 충분히 곱씹을 만하다.
지난 2002년 제 16대 대통령 선거의 투표율은 50대가 83.7%, 60대 이상이 78.7%로
평균(70.8%)은 물론 20대(56.5%)와 30대(67.4%)보다 휠씬 높았다.
제 16대 대통령 선거의 투표율은 근래 보기 드물게 높은 것이었고,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노년 세대의 투표율이 마찬가지로 휠씬 더 높았다.
국민 전체 평균이 61.1%였는데 50대는 74.8%, 그리고 60대 이상은 71.5%가 투표에 참여했다.
반면 20대와 30대의 투표율은 각각44.7%와 56.5%에 그쳤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세대간의 갈등의 일차적 피해자는 젊은 세대가 될 것이다.
미국의 젊은 세대는 이미 그런 피해 아닌 피해를 경험하기 시작했다.
나라의 경제 기반이 워낙 든든하기 때문에 피해를 피해처럼 느끼지 않을 뿐이다.
그러나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들에서는 갈등 조정의 따끔함이 곧바로 짜릿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가 이 점에서 예외일 수 없음은 굳이 부연 설명할 필요조차 없으리라.
2003년 9월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연금 수혜자는 불과 100만 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2008년은 국민연금제도가 시작된 지 20년이 되는 해로서
완전 고령연금을 탈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 생겨나는 해이다.
국민연금의 소득 대비 부담률은 이미 1988년에 3%였던 것이 1998년부터는 9%로 세배 증가했다.
젊은 세대가 짊어져야 할 부담률은 날이 갈수록 늘 것이고
연금수령 시기와 규모를 낮추려는 시도는 노인들의 거센 저항을 불러올 것이다.
물론 젊은 세대의 반발이 뒤따를 것이다.
그러나 정치의 주역이 고령 세대로 넘어간 상황에서
젊은 세대는 그야말로 손발이 꽁꽁 묶이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2010년이 되면 우리나라 총 유권자 중 50세 이상의 고령자 비율이 38%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에는 전체의 거의 절반인 46%에 이를 것이란다.
날이 갈수록 투표율이 낮아지는 세계적인 추세를 감안하면
선거에서 노인 세대의 영향은 고령화 비율보다 더 가파르게 증가할 것이다.
최근 나라 경제가 어려워지며 현대판 고려장 소식이 우리의 가슴을 찢고 있지만
고령 사회에서는 자칫하면 젊은 세대들이 거꾸로 고려장을 당할 수도 있다.
나는 고령화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에 젊은 세대가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재천 교수 지음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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