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노인이 시골 길가에 앉아서 뭔가를 먹고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마을의 경찰서장이 노인에게 물었다.
"영감님, 무엇을 드시는 겁니까?"
"곰배빵 이랍니다."
"빵속에 무엇이 들어 있습니까?"고 경찰서장이 되물었다.
노인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면서 손에 들어있는 빵을 반으로 잘라 보였다.
속에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았다.
서장이 의아스러운 얼굴을 하자 노인은 이렇게 대답을 했다.
"꿈이 들어있다오."
2차대전이 끝난지 얼마 후에 제작된 이탈리아의 영화 빵과 사랑과 꿈 속의 한 장면이다.
그것은 전쟁과 가난과 불행에도 굽히지 않고 내일에 대한 희망을 안고 살아가던 이탈리아 사람들의 밝은 모습을 그린 영화였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원래가 곰배빵 속에 고기며 치즈, 그리고 야채를 두툼하게 넣고 먹었다.
그렇던 그들이 속이 빈 빵만으로 끼니를 때우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내일에 대한 희망과 꿈을 잃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가난한 사람의 양식은 희망이다.
이런 뜻의 말을 고대 희랍의 철학자 탈레스도 한 적이 있다.
물론 희망만으로 배가 부르고 인생이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처참했던 묵은 해를 보내고 이제 우리는 새해를 맞는다.
경제학자들마다 입을 모아 새해에는 우리나라 경제가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들 내다보고 있다.
파산하는 기업들은 더욱 늘어갈 것이며 실업자수도 2백만명이 넘을지도 모르며
소비는 감퇴하는데도 물가는 올라가기만 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다.
사회학자들은 또 심각한 경제난이 몰고 올 사회불안과 혼란을 우려한다.
심리학자들은 실업과 빈곤에 대한 공포가 가져 올 정신적 질환, 그리고 어린이들의 여린 마음에 깊은 상처를 염려한다.
가뜩이나 경제 우선주의에 눌려오던 문화는 마냥 후퇴하게 되지는 않을까고 걱정하는 문화인들도 많다.
희망은 어디에도 있는 것 같지가 않다.
그래도 우리는 절망에 빠져서는 안된다.
루스벨트 대통령이 말했듯이 우리가 뭣보다도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두려움 자체인 것이다.
몇 년 전인가 미국의 한 지방신문에 닉 시즈맨이라는 철도역무원의 죽음을 보도한 기사가 있었다.
그는 매우 건강하며 별다른 걱정거리 없이 원만한 인생을 살고 있었다.
어느 여름날 그가 일하는 역 조역(助役)의 생일이라 해서 모두가 한 시간 일찍 퇴근하게 되었다.
직원들은 닉이 냉장차량 속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을 깜빡 잊고 냉장차를 잠그고 퇴근했다.
닉은 자기가 갇힌 것을 뒤늦게야 깨닫고 아무리 안에서 문을 두드리고 소리를 지르고 했지만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여기에서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면 나는 몇시간이 못되어 얼어 죽을 것이다."
절망에 빠진 그는 칼로 나뭇바닥에 다음과 같은 글을 새겨 나갔다.
"너무나도 추워서 온몸이 마비되어가는 것 같다.
차라리 그냥 잠들어 버렸으면 좋겠다.
아마도 이게 나의 마지막 말이 될 것이다."
다음 날 아침 역무원들이 냉장차량의 문을 열어보니 그 안에 닉이 죽어 있었다.
시체를 해부해 봤더니 얼어죽은 것이었다.
그러나 이상한 것은 그가 냉장차에 갇혀 있던 날 밤에 그 냉장차의 냉장장치는 작동하지 않고 있었으며
차량안의 온도계는 화씨 55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닉은 추위로 얼어죽은 것이 아니었다.
공포가 그를 얼어죽게 만든 것이었다.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 오늘의 고통을 이겨내야 한다.
추위에 떨고만 있을때가 아니다.
여(與)와 야(野), 노(勞)와 사(使), 동(東)과 서(西)를 가리지 않고 모두가 힘을 모아
어떻게 해서든 희망을 잃지말고 오늘의 불행과 싸워나가야 한다.
겨울이 지나면 새봄이 온다고 굳게 믿으면서 우리는 추운 이 한겨울을 견디어 나가야 한다.
우리는 절대로 풀이 죽거나 기가 꺾여서는 안된다.
모든 것은 우리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한때 한강의 기적으로 온 세계를 놀라게 한 우리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파산한 나라를 다시 멋지게 일으켜 세워서 다시 한번 세상을 놀라게 해야한다.
우리에게는 그럴 수 있는 능력도 있고 자신도 있는 것이다.
희망만 잃지 않는다면.
새 해 새 아침이 밝아 왔다.
우리는 모두가 어깨를 펴고, 고개를 쳐들고, 이를 악물고
호시우행(虎視牛行), 호랑이처럼 앞을 내다보며 소처럼 한 걸음 한 걸음 단단히 땅을 밟아가면서 걸어 나가야 한다.
洪思重의 <문 화 마 당>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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