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어머니의 신발

뚜르(Tours) 2013. 2. 20. 15:42

 

산골에 살던 한 아낙네가 안동역에 도착하여 서울 가는 이 열차에 올랐다.
태어난 이후, 기차를 처음 타보는 아낙네는 플랫폼에 신발을 얌전하게 벗어두고,
안방같이 아늑하게 정돈된 승객칸에 자리잡고 앉았다.
그리고 오랜 시간을 보낸 뒤에 청량리역에 내렸다.
역 구내를 빠져 나오자, 그토록 보고 싶었던 아들이 마중 나와 있었다.
그러나 아들은 곧장 어머니가 맨발인 것을 발견하였다.
놀란 아들이 볼멘 소리로 물었다.

"엄니. 고무신은 어째뿌고 맨발로 왔습니껴? 신발 잃어버렸습니껴?"

어머니는 두 눈이 휘둥그레진 아들에게 예사롭게 대답했다.

"야가 머라카노? 고무신은 기차 탈 직에 안동역에 벗어두고 왔다."


김주영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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