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西古今

펠르랭은 고국을 방문한 것이 아니다

뚜르(Tours) 2013. 4. 10. 22:09

플뢰르 펠르랭 프랑스 중소기업·혁신·디지털경제 장관이 26~27일 서울에서 열리는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의 초청 연사로 서울에 왔다.

아시아계로는 최초로 프랑스 정부의 각료로 임명된 펠르랭 장관은 생후 6개월 만인 1974년 프랑스 가정에 입양되었다.
유전적 부모가 어딘가 생존해 있을지도 모르는 한국 땅을 밟는 펠르랭 장관은 물론, 그를 맞는 한국인들의 심정은 모두가 착잡할 것이다.

프랑스는 지난해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디지털부를 새로 만들었다.
올랑드 대통령 후보는 국가 전략적 차원에서 엘리트 코스를 거쳐 프랑스 관료 사회의 꽃인 감사원에서 문화·시청각·미디어 담당자로 일하던 펠르랭을 ’디지털 사회 및 경제’ 담당자로 발탁해 대선 캠프에 합류시켰다.

펠르랭은 프랑스 중산층 가정에 입양돼 자랐다.
한국에서 온 소녀는 남들보다 2년 빠른 16세 때 바칼로레아(대학입학자격시험)에 합격했고 이어 파리정치대학과 국립행정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올랑드 대통령이 그녀를 주목한 것은 ’21세기 클럽’의 회장을 맡아 프랑스가 디지털시대의 선두 국가가 되기 위해 디지털 주권을 회복하고 IT산업에 중점 투자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했기 때문이었다.

프랑스의 미래를 책임진 장관으로 임명된 직후 그녀는 파리 주재 한국 특파원을 포함한 수많은 언론인과의 회견에서 자신은 프랑스인 부모들이 키운 프랑스 사람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두 달 전 뉴욕타임스와의 단독 회견에서도 그는 장관 임명 직후 한국 언론에서 떠들썩하게 보도하는 것에 놀랐다고 말하면서, 자신은 프랑스어 이외에 영어와 독일어에도 능하지만 한국에는 가본 적도 없고 한국어는 한마디도 못한다고 했다.

40년 만에 자신이 태어난 나라에 오는 펠르랭 장관을 보면서, 남의 나라 고아를 입양해 키우고 그를 발탁해 장관직을 맡기고 국민과 언론이 모두 받아들이는 프랑스가 추구하는 가치와 국가경영시스템에 주목했다.

미국 국적을 가졌던 한국인의 장관 임명에 거부감을 보이면서 프랑스인 펠르랭 장관을 한국인으로 착각하는 우리의 사고방식도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40년 전 우리가 돌보지 못했던 갓난 어린이는 감격스러운 고국 방문이 아니라 IT산업의 선두에 선 한국을 살펴보기 위해 찾아온다.
그를 맞이하면서 떠들썩한 감성적 반응은 자제하고 우리 자신을 성찰했으면 한다.


신용석 / 2014인천아시안게임조직위 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