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에게 "고향이 어디냐"고 물으면 십중팔구 "○○성(省)"으로 대답한다.
우리 같으면 "한 나라만 한 ○○성이 다 당신 고향이냐"는 핀잔을 들을 만하다.
성 단위로 대답하는 이유를 여러 사람에게 물었더니 자기네는 땅이 넓어 작은 도시나 지방 이름을 대면 상대방이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중국은 면적(약 960만㎢)이 유럽의 2배이고 인구(약 14억명)는 유럽과 북미에다 러시아와 일본을 합한 것과 맞먹는다.
이 거대한 규모 때문에 중국에서는 외국인이 상식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일들이 자주 발생한다.
수년 전 중국 서부의 청쿤(成昆)철도를 여행한 적이 있다.
청두(成都)와 쿤밍(昆明)을 잇는 이 철도를 달리면서 구간의 절반은 터널 속에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자료를 찾아봤더니 1085㎞ 철도 구간에 터널과 교량이 1080개(터널 427개, 교량 653개)나 됐다.
터널 또는 교량이 1㎞당 하나씩 있는 셈이다.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능해 보이는 지진지대의 이 험준한 철도를 건설하는 데 30만명이 동원됐고 21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의 후세는 고속도로와 고속철 시대를 열고 있다.
’만만디(慢慢地·천천히)’에서 ’빠름 빠름’으로 나아가는 고속 교통망 구축 사업이다.
도로는 ’5종7횡(5縱7橫)’으로 불리는, 남북 5개 노선과 동서 7개 노선을 이미 완공했다.
이 중 고속도로가 76%다.
철도는 ’4종4횡’으로 불리는 고속철이 빠름의 상징이다.
2020년 고속철 연장이 1만8000㎞에 달하면 전국 주요 도시가 모두 1일 생활권 안으로 편입돼 생활 혁명·공간 혁명이 일어날것이다.
’21세기 신 실크로드’를 건설한다는 계획도 있다.
국내 고속철을 서쪽으로 연장해 중앙아시아를 거쳐 독일에 이르게 하고,
북쪽으로는 시베리아를 관통해 유럽에 닿게 한다는 것이다.
여기다 중국 남부와 인도차이나 7개국을 연결하는 동남아노선까지 합쳐
중국이 허브가 되는 거대한 국제 고속철 네트워크를 추진하고 있다.
2025년이 완공 목표다.
외국인들은 ’중국 고속철’ 하면 2011년 원저우(溫州) 사고를 떠올린다.
충돌 사고로 40명이 숨진 이 참사를 두고 외국 언론들은 "실컷 자랑하더니 그럴 줄 알았다" "역시 중국 수준이다"라며 비웃었다.
하지만 아무리 비웃어도 이미 수준에 오른 중국 고속철 기술은 사고 한 번으로 없어지는 게 아니다.
미국 교통부장관은 중국 고속철을 두고 "주요 교통망 건설에서 중국에 추월당했다"고 탄식했고,
캘리포니아주는 중국 고속철 도입을 검토 중이다.
외국인들은 중국 사회를 정태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2003년 사스(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가 확산됐을 때 중국의 보건위생 수준과 사망자 은폐 시도는 국제사회의 조롱거리가 됐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중국이 사스를 계기로 보건위생 관리 수준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상황을 보지 못한다.
중국은 홍콩 주권을 회수하기 1년 전인 1996년 베이징과 홍콩을 잇는 경구(京九)철도를 완공, 홍콩을 자석처럼 끌어갔다. 앞으로 중국 고속철이 동남아와 중앙아, 유럽까지 닿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2020년쯤이면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제1의 경제 대국이 된다는 게 다수 전문가의 예측이다.
8년 남았다.
여시동의 <차이나 인사이드 아웃>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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