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연중 제7주간 수요일)
말씀의 초대
사람들이 미래에 대해 말하지만 사실 사람은 앞날의 일을 알 수 없다. 사람의 생
명은 사라져 버리는 먼지와 같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허세를 부리며 자랑하는 대신
주님에 대한 겸손한 태도를 지녀야 한다(제1독서). 요한이 예수님께 당신의 이름으
로 마귀를 쫓아내는 어떤사람의 행위를 막으려고 하였다고 말씀드리자 예수님께서
는 그렇게 하지 말라고 이르신다. 당신과 제자들을 반대하지 않는 이는 지지하는
사람이라고 말씀하신다(복음).
제1독서
사랑하는 여러분, 자 이제, "오늘이나 내일 어는 어느 고을에 가서 일 년 동안 그
곳에서 지내며 장사를 하여 돈을 벌겠다." 하고 말하는 여러분! 그렇지만 여러분은
내일 일을 알지 못합니다. 여러분의 생명이 무엇입니까? 여러분은 잠깐 나타났다
가 사라져 버리는 한 줄기 연기일 따름입니다.
도리어 여러분은 "주님께서 원하시면 우리가 살아서 이런저런 일을 할 것이다."
하고 말해야 합니다. 그런데도 여러분은 허세를 부리며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자랑은 다 악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좋은 일을 할 줄 알면서도 하지 않으면 곧 죄가
됩니다.(야고 4,13-17)
복음
그때에 요한이 예수님께 말하였다. "스승님, 어떤 사람이 스승님의 이름으로 마귀
쫓아내는 것을 저희가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가 저희를 따르는 사람이 아니므로, 저
희는 그가 그런 일을 못 하게 막아 보려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막지 마라. 내 이름으로 기적을 일으키고 나서, 바
로 나를 나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이는 우리를 지지
하는 사람이다."(마르 9,38-40)
오늘의 묵상
오늘 제1독서는 우리에게 사람이 내일 일을 알지 못하며 인간의 생명은 잠깐 나
타났다가 사라져 버리는 한 줄기 연기 같다고 경고합니다. 이 말씀을 귀담아들어
우리가 바삐 달려가던 발걸음을 잠시 멈출 때, 거기서부터 비로소 우리의 인생이
변화될 것입니다. 인간은 자신의 삶의 방식 곳곳을 덮고 있는 '허세'의 삶이 '헛됨'
위에 서 있음을 깨달을 때만이 그것을 벗어 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삶이 참으로 약하고 위태로운 지반에 서 있음을 철저하게 느끼게 하는 글
가운데 하나가 프랑스의 사상가 파스칼의『팡세』입니다. 파스칼에 따르면, 인간은
무(無)로 사라져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느낄 때마다 어딘가에 몰두함으로써 그 의
식의 두려움에서 달아나려고 합니다. 이러한 심리는 '유희'에서 잘 드러납니다. "비
참함, 우리의 비참함을 위로해 주는 유일한 것은 유희(오락)이지만, 그것은 우리의
비참함 중에서 가장 큰 비참함이다. 오락은 우리를 즐겁게 하지만, 우리 자신도 모
르는 사이에 죽음에 이르게 한다."
사람들이 진지하고 대단한 일을 한다고 할 때에도 이러한 허무와 죽음의 그림자
가 드리워져 있다는 점을 파스칼은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무엇을
생각하는가? 춤을 추고,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하고, 싸우며 왕이 될 것을 생각한
다. 그러나 왕이 되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인간이 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는 생각하지 않는다.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는 것은 씁쓸한 일이지만 우리에게 좋은 약이 됩니다. '최고'
가 되려는 데 모든 힘을 기울이는 대신 인간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하
기 때문입니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우리의 삶이 주님의 선물이라는 것을 깨달을 것
이며, 이러한 깨달음에서 참된 삶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매일 미사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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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기도
"주님,
저희를 한결같이 사랑하시고 끊임없이 보살피시니,
저희가 주님의 거룩한 이름을 두려워하며 언제나 사랑하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천주로서 영원히 살아계시며 다스리시는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2014. 2. 26.
Martin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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