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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서 살아남는 고슴도치 법칙

뚜르(Tours) 2014. 4. 9. 22:56

순풍이 불 때 큰소리치며 과감하게 나아가는 것은 능력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역풍이 불고 운이 나쁠 때, 평소의 마음을 유지하며 정확한 출로를 찾고 위기에도 어지럼을 느끼지 않는 것이 능력입니다.

--- 자오위핑, <자기통제의 승부사, 사마의>에서---


여우가 고슴도치를 잡기 위해 여러 가지 전략들을 실행했습니다.

첫 번째 전략은 ‘소리장도(笑裏藏刀)’였습니다.
웃음 속에 칼을 감추는 전략이었습니다.
고슴도치를 향해 웃으며 다가오길 기다렸다가 가까이 다가왔을 때 이를 드러내며 덮쳤습니다.
위급한 순간에 직면한 고슴도치는 몸을 웅크리고 가시를 곧추세웠습니다.
여우는 고슴도치의 가시에 발톱을 찔리고 말았습니다.

두 번째 전략은 ‘유적심입(誘敵沈入)’이었습니다.
유인해서 자신에게 불러들이는 전략이었습니다.
여우는 달콤한 사탕으로 고슴도치를 유인했습니다.
고슴도치가 여우 굴 앞에 왔을 때 다른 동료 여우들을 불러 함께 공격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모든 여우들이 몸을 웅크리고 가시를 세운 고슴도치에게 찔리고 말았습니다.

세 번째 전략은 ‘출기불의(出其不意)’였습니다.
상대를 방심하게 하여 허를 찌르는 방식이었습니다.
변장을 하고 길가에서 어린 시절의 동요를 부르는 여우 곁으로 고슴도치가 다가오자 갑자기 달려들었습니다.
이번에도 고슴도치는 똑같이 대응했습니다.
몸을 웅크리고 가시를 세웠습니다.
여우는 발톱이 가시에 찔렸을 뿐만 아니라 마음에도 큰 상처를 입게 되었습니다.


중국 고전 관리 사상의 전문가인 자오위핑 박사가 설명한 ‘고슴도치 법칙’입니다.
정세를 분명히 판단할 수 없고 위급한 상황이 닥치면 고슴도치처럼 가장 기본적이고 안전한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최고의 전략이라는 것입니다.
고슴도치가 여우에게 이기는 비결은 여우가 어떠한 방식으로 달려들더라도 휘말리지 않고,
자신의 기본 전략을 그대로 실행하며 기다린 것입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단 하나, 몸을 웅크리고 가시를 세우고 여우가 스스로 물러나길 기다리는 것이었습니다.
고슴도치의 생존 비결은 단순합니다.
하지만 그리 간단한 것만은 아닙니다.
위기의 순간에도 냉정함을 잃지 않았을 때 가능합니다.
자신의 가시에 대한 믿음이 있을 때 가능합니다.
참고 기다리는 인내가 있을 때 가능합니다.
진정한 고수가 사용하는 전략입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 어떠한 위기가 닥치는 순간에도 감정에 휘둘려 냉정함을 잃지 않고,
자신에 대한 굳건한 믿음으로 무장하고, 끝까지 참고 기다리는 인내가 있다면
살아남는 강한 자가 될 것입니다.

위기에서도 살아남는 능력, 그것이 진짜 능력입니다.

<박승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