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삼국시대 조조를 일컬어 ‘난세의 영웅, 치세의 간웅’이라 한다.
나라가 어려울 때에는 위기를 수습하는 영웅이지만 안정된 시기에는 나라를 혼란과 도탄에 빠뜨릴 수 있는 인물이라는 뜻이다.
기업 경영에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꽤 있다.
회사의 위기를 수습해 정상궤도로 돌려놓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최고경영자(CEO)가 얼마 안 돼 회사를 큰 어려움으로 이끄는 경우가 있다는 얘기다.
대표적 예가 크라이슬러의 아이어코카다.
아이어코카는 포드사에서 활약하다 포드 2세와의 불화로 회사를 떠난 뒤 1970년대 말 파산 위기에 빠진 크라이슬러의 수장으로 돌아왔다.
그는 의회를 설득해 미국 역사상 최초로 민간기업에 대한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아내며 자금 흐름 숨통을 확보한 뒤, 비용 절감과 제품 다양성 확보를 위한 노력으로 크라이슬러를 제 궤도에 올려놓았다.
‘지프’ 브랜드를 보유한 아메리칸 모터스사까지 인수해 향후 성장 동력도 만들어냈다.
강력한 카리스마에 기반한 아이어코카의 리더십은 그러나 회사가 안정화되자 오히려 문제가 됐다.
1980년대 말경 크라이슬러는 또다시 위기에 빠졌다.
원인은 바로 크라이슬러 회생의 일등공신이었던 아이어코카 자신이었다.
특유의 독선과 소통 부족은 여러 번의 오판을 만들어냈고, 시대의 흐름에 뒤떨어진 디자인을 밀어붙이는 등 이곳저곳에서 문제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그의 강력한 카리스마에 눌려 그 누구도 함부로 반대하지 못했다.
아이어코카의 사례가 주는 시사점은 명확하다.
회사의 경영 상황에 따라 요구되는 리더십이 다르다는 것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CEO의 임기가 짧아지고 있다.
오늘날 CEO들이 롱런하기 위해서는 경영환경 변화에 따라 리더십 스타일까지도 바꾸는 유연함과 자기 변신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어쩌면 ‘위대한 리더십’이란 영원불변의 그 무엇이 아니라 회사의 상황과 시장의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적응하는 태도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김경원 / 디큐브시티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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