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전례(연중 제27주간 토요일)
말씀의 초대
바오로 사도는 율법의 역할에 대해서 말한다. 율법은 인간이 죄에 빠지지 않게
하도록 그리스도가 오실 때까지 감시자 노릇을 하였다. 이제 우리는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통하여 더 이상 율법 아래 놓여 있지 않다(제1독서). 군중 속의 한
여자가 예수님의 어머니는 행복하다고 외치자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이들이 참으로 행복하다고 말씀하신다(복음).
제1독서
형제 여러분, 성경은 모든 것을 죄 아래 가두어 놓았습니다. 그리하여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통하여, 믿는 이들이 약속을 받게 되었습니다.
믿음이 오기 전에는 우리가 율법 아래 갇혀, 믿음이 계시될 때까지 율법의 감
시를 받아 왔습니다.
그리하여 율법은 우리가 믿음으로 의롭게 되도록, 그리스도께서 오실 때까지
우리의 감시자 노릇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믿음이 온 뒤로 우리는 더 이상 감시
자 아래 있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모두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믿음으로 하느님
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그리스도와 하나 되는 세례를 받은 여러분은 다 그리스도를 입었습니다. 그래
서 유다인도 그리스인도 없고, 종도 자유인도 없으며, 남자도 여자도 없습니다.
여러분은 모두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하나입니다.
여러분이 그리스도께 속한다면, 여러분이야말로 아브라함의 후손이며 약속에
따른 상속자입니다.(갈라 3,22-29)
복음
예수님께서 군중에게 말씀을 하고 계실 때에 군중 속에서 어떤 여자가 목소리
를 높여, "선생님을 배었던 모태와 선생님께 젖을 먹인 가슴은 행복합니다." 하고
예수님께 말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이들이 오히려 행복하다."(루카 11,27-28)
오늘의 묵상
서른셋의 젊은 나이에 백혈병으로 숨진 루마니아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리파티(1917-1950년)는 20세기의 뛰어난 연주가일 뿐더러 연주만큼이나 아름
답고 고귀한 인품으로 기억되는 인물입니다. 스승 나디아 블랑제가 기억하는 그
와의 마지막 만남은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줍니다.
"한번은 제가 제네바에 그를 보러 갔어요. 그가 살날이 얼마 안 남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요. 이미 가망이 없는 상태였어요. 제게 말하더군요. '선생님, 저
하고 같이 의사한테 가십시다.' '아니, 왜?' '선생님이 많이 피곤해 보이셔서요.
진찰받으시도록 의사와 약속을 잡아 놓았어요.' 그는 이미 의사와 얘기를 다 해 놓
았고, 제가 묵을 테라스 딸린 방까지 잡아 두었던 겁니다. 모든 게 다 준비되어 있
었어요. 아닌 게 아니라 저는 매우 피곤한 상태였거든요. 자기 자신의 죽음을 목
전에 두고도 제가 며칠 잘 쉴 수 있도록 챙기는 걸 그토록 중요하게 여겼죠. 삶을
사랑했고, 멋진 연주회를 열었고 …… 이 사람에게는 이렇게도 감동적인 면이 있
었습니다. 몇 차례씩 수혈을 받으며 버티던 중이었는데 말이죠"(브뤼노 몽생종,
『음악가의 음악가 나디아 블랑제』에서.
리파티는 난치병과 투병하며 죽음을 가까이 두고 있으면서도 자신보다는 주변
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먼저 배려하였습니다. 하늘이 내린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마지막 순간까지 사람들과 나누려 한 이 음악가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읽으며, 그
는 그야말로 오늘 복음의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마음에 새긴 사람은 이웃에 대한 배려와 사랑에 인색하지
않습니다. 특히 가난하고 어려운 이웃을 먼저 배려하고 그들에게 사랑을 베푸는
삶이야말로 어떤 명예와 즐거움보다 더 큰 행복의 길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습
니다.(매일미사에서 옮겨 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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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기도
"전능하신 하느님,
저희가 언제나 하느님의 뜻을 새기고,
말과 행동으로 실천하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천주로서 영원히 살아계시며 다스리시는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2014. 10. 11.
Martinus
♬ 묵주 기도 드릴 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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